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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 2
아기 타다시 지음, 오키모토 슈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사회에서도 와인 바람이 급속도로 불고 있다. 건강에 좋다에서 시작해 아예 다이어트를 와인으로 하려는 사람까지 나오고 있다. 수입되는 와인 종류도 점점 늘어나 백화점과 할인점 등 판매대에서 차지하는 공간이 늘어난다. 관심에 비례해서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한 소개는 아직 부족한 편이다. 와인과 다른 술과의 차이는 다양성과 깊이에 있고 결국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프랑스 요리가 주 소재가 된 <대사각하의 요리사>를 보면 와인 지식 없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면박이 가해진다. 심지어 각국의 정상들이 대화하는 장소에서도 와인은 서로의 실력과 의도를 떠 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도구로 쓰인다고 한다.
그럼 와인은 왜 지식이 필요할까? 이유는 다양성이다. 단순하다면 사람의 차이는 별로 없게 된다. 결국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소주를 잘 먹는 명인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도 없고 잘 골라주는 소믈리에 같은 조력자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덕분에 서민적이라고 해서 사랑 받지만 속을 까보면 화학주라고 비난 받는다. <맛의 달인>을 보면 전쟁을 거치며 일본의 술이 어떻게 세금 추징 도구로 쓰이면서 조락했는지가 많이 나온다. 한데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라 전통적 기법의 소주는 사라지고 대부분은 그냥 화학 공법의 산물일 뿐이다.
반면 와인을 제대로 알려면 포도의 품종은 기본이고 나오는 밭에다가 연도까지도 알아야 한다. 거기에 오랜 숙성과 함께 다양한 노하우가 나타난다. 이렇게 차이가 날수록 즐기는 사람의 서열화도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 서열화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나라의 정상에 대한 접객까지 좌우한다고 한다.
어쨌든 지식이 부족했던 환경에 이 책과 같이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는 작품이 나온 것은 무척 반갑다.
이런 장르의 만화는 자칫 지식을 전달하는데 치중하느라 스토리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꽤 물 흐르듯 이야기를 흘려보낸다.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집을 떠난 아들 이야기는 <맛의 달인>에서 본 듯하고 친아들을 자극하고 경쟁시키려고 양아들을 입적시키는 것은 <식객>에서 본 것 같다. 참고로 국내 굴지의 재벌들도 자식들을 무조건 올려세우지는 않는다고 한다. 최근 논란 많은 H 그룹에서도 아버지가 결재권을 줬다가 다시 빼앗아버리면서 권력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S 그룹에서 자식들간의 경쟁을 유도했던 일도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같이 사람의 발전에는 경쟁이 필요하다. 그 상대가 정 부족하면 밖에서라도 가져오겠다는 아버지의 냉엄한 교육방침이 흥미롭다. 또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게 양자제도가 상당히 활발하다.
이 대목에서 일본의 와인 문화를 살펴보면 한국 보다 훨씬 앞서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7,80년대 일본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면서 통상마찰이 발생하자 프랑스 등에서는 협상의 방편으로 와인을 수입하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그래서 이 분야 이야기는 마쓰시타 전기를 배경으로 <시마부장>에서도 꽤 굵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럼 비싼 돈 들여서 수입만 하면 자기 문화가 될까? 절대 아니다. 와인은 하나의 소재일 뿐이고 이를 체계적으로 소화하기 위한 탐구가 이어져야 한다. 한편으로는 소믈리에를 비롯한 종사자 다른 한편으로는 감식안을 자랑하는 비평가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
무엇이든 하면 끝까지 가는 일본 사람의 특성에 따라 소믈리에 분야에서도 대가가 나타난다. 국제 소믈리에 대회에서 일본 사람이 최고 점수로 우승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 들고 두발로 프랑스 포도밭을 누비며 맛 보러 다니던 많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있었다. 이를 취재해서 만들어진 작품 하나가 다치바나의 <청춘표류>에 담겨 있다.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다는 와인의 세계, 이 만화는 제법 괜찮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