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평평하다 - 21세기 세계 흐름에 대한 통찰
토머스 L. 프리드만 지음, 이윤섭 외 옮김 / 창해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대표적인 언론인 답게 다루는 폭이 넓은 책이다.
인도의 신흥 하이테크 산업도시인 방갈로르에서 영감을 얻어 전세계를 아우르며 자신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최근 세계경제의 주목할만한 동향 하나는 인도의 부상이다. 중국으로 제조업이 옮겨간다는 소리야 한참 전부터 듣고 있었지만 인도의 경우는 최근 BRICS 부상이라는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 주 동력은 서비스 아웃소싱인데 콜센터에서 시작해서 각종 전문직이 맡던 일까지 넘겨 받아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실업자 관리 프로그램에 대한 전산화 작업도 인도기업이 수주한다고 할 정도다.

그럼 미국은 제조업을 중국에 넘기고 서비스업 중 아래 부문은 인도에 넘기고나면 무슨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답은 보다 창조적이고 가치있는 일들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정보화를 가속시키는 구글, 효율적인 공급망관리를 보여준 델, 전문화를 통해 영역을 넓혀가는 페덱스 등이 좋은 예다. 자신들은 모델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그 모델에 따라 움직이는 일은 남들이 하게 되면 우월한 지위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저자는 전작인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맥도날드 햄버거가 들어간 나라들끼리는 싸우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많은 비판을 받아 예전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다. 광우병을 부르는 과도한 소 사육의 문제점도 그렇고 MacJob이 전망없고 값싼 노동이라는 단어로 사전에 등재되며 무엇보다 비만을 비롯한 삶의 질에 대한 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등 다각도의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그 덕분인지 이 책에서는 델을 새로운 아이콘으로 등장시킨다. 델에 부품을 공급하는 나라들끼리 싸우지 않을 것이다. 그 예로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및 중국과 대만의 분쟁에 대해 막강한 억지력이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일견 타당성이 크다. 세계화의 핵심은 커다란 시장을 만들어 분업과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자는 것인데 서로 당장의 자존심 싸움보다 장기적 실익이 크다면 그 길을 갈 것으로 본다.

그 주장을 확대해보면 중동지역에서 나오는 이슬람과 이스라엘의 분란에 대해서도 올바른 처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중동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발전의 희망을 준다면 그들 또한 빈 라덴의 메시지에 따르기 보다 세계화에 동참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분쟁 또한 줄어들 것이다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을 계속해나가는데 장애도 많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서 아웃소싱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거부하려는 세력이 커져가고 있다. 예를 들어 정서적인 투표는 공화당에 하지만 몸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약자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원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과거 노동력의 유입은 사회적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 하급 노동을 대신해준다고 해서 좋아했는데 지금의 아웃소싱은 해외로 고급 노동을 빼앗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자명하다. 과거 8,90년대 기업의 구조조정시에 그랬듯이 교육을 통해 노동자를 재교육시킴으로서 사회적 재편을 가능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 <부와 권력의 대이동>이 제기하는 문제는 힘든 일을 직접 않는 미국이 과연 중국과 인도를 부려먹을 권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 그 점에 대해서 고려하면서 프리드만이 강조하는 것 또한 교육의 질이다. 지금처럼 공립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이공계가 특히 약해지면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한다. 그 점에 대해서 쉽게 답이 없다는 것을 저자는 고민하면서 사회 전반에 호소하고 있다.
또 미국의 대표적 기업인 월마트가 보여주는 반사회적인 행태는 기업의 책임을 덜어 사회에 부담을 떠 넘기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인 결과 그 부담은 공공의료로 넘어가서 결국 세금으로 돌아온다. 이런식의 나 혼자 잘살기 방식은 궁극적 해결책이 될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 더 해서 저자가 주장하는 미국식 가치의 확산이라는 문제도 반론이 많다. HP 등 대기업이 공급자에게 바람직한 원칙을 따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최근 델이 반도체 메모리 공급자들에 소송을 걸었고 그 결과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및 독일 등의 반도체 회사 판매임원들이 미국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반면 공범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미국 검찰과 타협해서 빠져나가버린다. 저자가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미국식 가치의 확산의 또 다른 면모인 것이다.

역사를 보면 세계가 서로 교역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설혹 교역이 활발 할 때라고 해도 모든 참여자가 만족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었다. 영국도 중국과 차무역 한참 하다가 자신들의 은화가 빠져나가자 아편을 강제로 팔려고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또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빠져나간 공백을 메꾸기 위해 자신들의 상품을 고가로 떠넘기려고 노력 할 수 밖에 없다. 교육 서비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무기,영화,제약 등을 강매하려고 나설 것이다. 그런 미국의 욕구와 자신의 실적 부재를 일거에 만회해보려는 노무현의 의도가 결합된 것이 한미 FTA 추진이다.

이 책에서 펼쳐진 저자의 논지를 다 동조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중동정책을 다룰 때도 유태인 답게 이스라엘의 문제점은 거의 거론하지 않는 편이다. 계속 테러리즘은 깡패 정신이고 올리브나무나 키우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구나 하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린다.

그럼에도 이곳 저곳 둘러보면 배울 점은 꽤 된다. 아웃소싱만,인소싱 등만 해도 한국은 아직 한참 따라가야 할 내용들이다. 하는 일을 분해해서 가장 잘하는 것만 자신이 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주변에 넘겨서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나가는 그들 대표기업의 모습은 솔직히 부럽다. 심지어 미국의 군대조차 그렇게 전쟁만 수행하고 나머지는 대행주식회사에 넘긴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국의 정부는 너무 비대하고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또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교육에 대해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 또한 비판받아야 할 일이다.

정부야 그렇다치더라도 이 책의 핵심 트렌드 중 몇개는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보여주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서비스 부문을 해외로 넘기거나 해외의 요구를 여기서 수행하는 아웃소싱은 북한의 개방과 맞물려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한 영역에서 전문성을 극대화한 인소싱 쪽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지만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다. 공급망 전체의 최적화를 이루어 기업가치를 높인 델의 사례 또한 배울 점이 많다.

이렇게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데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핵심을 붙잡고 나머지는 남들에게 맡겨라가 되지 않을까? 그럼 한국은 무엇을 핵심으로 삼아야 하나? 몸을 바쁘게 움직이는 일들은 이미 예전에 접어버렸을 것이고 영어를 인도 노동자만큼 잘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처럼 가치를 만들어 주변에 퍼뜨리는 일을 하지 못한다면 할일은 별로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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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4-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제학도로서 제가 존경하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상당히 프리드먼을 못마땅해 하더라구요.(전 귀가 얇다니까요...)
그래도 한권 읽어보고 싶은데 프리드먼의 책들 중에서 한권만 추천해주세요. 꼭~!

사마천 2006-04-27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껍지만 한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관심이 늘어나면 렉서스도 볼 필요가 있겠죠. 늘어나면 ^^
아 이거사면 렉서스도 주네요. 차 렉서스 말고 책 렉서스.

요술쟁이 2006-05-26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쎄요 전 이사람 초기작인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 가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이사람은 원래 중동문제 전문가였죠;; 어쩌다 세계문제 전문가로 변신했는진 모르지만 -_-;; 전 이사람이 주장하는 세계화에 심한 반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은 책을 고르라면 '베이루트~ ' 를 추천하고 싶네요.

사마천 2006-05-26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칠공님 반갑습니다. 저는 올리브 이야기를 읽고나서 화가 나더군요. 그래서 이 책도 별로일까 생각했는데 거부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유익한 부분도 꽤 많았습니다. 맥도날드 대신에 델을 척도로 삼아서 세계화에 대한 장점 설파에 나간다는 건 의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마천 2007-03-04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자가 원래 그렇게 시류에 맞추어 사는 사람들 아닌가요? 하지만 뉴욕타임즈라는 배경은 전세계 유수한 리더들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권리증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가치를 인정해주자는게 제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동의하지 않아도 무시하기에는 큰 존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