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보고 나서 유쾌한 느낌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현실적 삶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렸다는 점이기에 이 영화를 쉽게 무시하기는 어렵다.가난한 중세 일본의 시골 마을이 배경인데 이 곳의 식량사정은 모두가 행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덕분에 공동체 모두가 지켜야 하는 규율이 만들어진다. 우선 도둑질은 죽음의 형벌로 응징하게 된다.마을사람 모두가 한 가족을 생매장 시키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확 끼쳤다.남과 여의 결합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가족에서는 먹일 수 있는 한도에서만 자녀의 생산을 해야하고그러기에 여자의 공급은 통제된다. 그 결과 꽤 나이가 먹어서도 한번도 여자를 알지 못하는 불행한총각들이 나타난다. 이들이 보여주는 원초적 욕망해소 방법도 여러 장면 나오는데 그리 아름답지는 못하다.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이 70이 되면 고려장과 유사하게 특정 장소로 보내져야 한다.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수용하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끝까지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자신의 대에 이를 시행하면 바로 다음 대에 자신의 아들에 의해 이곳에 들려올 것이다.일종의 끊기 어려운 순환이 이어지는데 그 매몰찬 운명의 덫에 눈물을 떨구지만 어찌할 바가 없다.가끔 이를 거부한 사람도 있는데 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런 존재였다. 하지만 아내와 자식에 의해 버림 받아쓸쓸히 죽어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이제는 식량이 풍족해졌기에 우리는 이런 운명을 벗어난 것인가?물음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것은 우리가 새롭게 키워버린 욕망을 충족하기에 너무나 부족한 재화를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는 가족을 버리도록 제도적으로 강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부부의 이혼과 파탄에 결정적인 이유는 경제적인 것들이다. 또 일에 쫓겨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줄이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서 마지막 식량까지 자식에게 넘기고 차가운 돌바닥 위에서 담담히 자신의 최후를 맞는 어머니의 모습이 마지막 자산까지 탈탈 털어 자식의 교육에 투자하는 한국의 학부모들과 중첩된다고 하면 너무 과도한 짝짓기라 보일까?어쨌든 때로 우리는 욕망을 줄이고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쪽이 한결 낫다는 영화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