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권력의 대이동 (반양장)
클라이드 프레스토위츠 지음, 이문희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전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서로 얽히고 ˜鰕?관계들을 찬찬히 뜯어보이면서 미래를 전망한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고위관직도 거쳤고 연구소를 설립해 다각도로 분석을 수행하였다. 공직에 있을 당시에는 미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에도 탑승했으며 상무장관으로 유명한 말콤 볼드리지와 일한 경험도 보여준다. 교분관계도 넓어서 싱가폴 이광요 수상이야기도 나오고 헤지펀드로 유명한 소로스, 내일의 금맥의 저자인 홍콩의 마크 파버 등 세계의 오피니온 리더들과 직접 대화를 해왔다.

이번 책에서 그의 시선은 미국에서 출발해서 중국의 제조업, 인도의 서비스업을 살펴보고 다시 유럽과 아메리카대륙의 브라질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을 두루 거친다. 그 과정의 경험 하나 하나를 담다 보니 책의 두께는 두꺼워졌는데 핵심 논리는 심플하다.

세상에는 일해서 돈 버는 개미 나라와 버는 것보다 많이 쓰는 베짱이 나라 둘이 존재하는데 한동안은 베짱이가 멋있어 보이지만 결국 개미에게 손을 벌려야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나라인 미국은 베짱이, 중국과 인도를 위시해 다른 많은 나라들은 개미로 볼 수 있다. 이 둘 사이의 향후 관계를 놓고 최근 재미있는 동향이 나타난다. 소로스와 더불어 버핏이 미달러 약세에 가세한 것이다. 평생 거의 해외투자를 하지 않았고 기업인들에게 존경받는 존재였던 그가 미국 달러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것은 꽤 충격이었다. 지난 수년간 어떤 해는 벌고 어떤 해는 잃었지만 최근 투자에는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까지 끌어들였다.
파는 쪽이 있으면 사는 쪽도 있기 마련이다. 이들 세계적 투자자들과 반대로 가는 흐름을 타는 사람들은 한국은행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중앙은행들이다. 이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국내에서 환수해 미국 채권을 사는데 쏟아붓고 있다.

그런데 만약 모두가 미국의 지불능력을 의심해 달러를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일종의 공황사태가 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점이 두려워 서로 쳐다보고 있지만 미국을 연착륙 시키지 못한다면 결국은 우리 앞에 닥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연착륙의 방법은 소비의 축소와 저축의 증대다. 우선 미국 정부부터 막대한 돈이 들어간 전쟁을 두번 치렀다. 그리고 소비 침체를 우려한 저금리 정책은 유래없는 부동산 상승세를 만들어서 모두를 기쁘게 만들었고 이는 곧 소비호조로 이어졌다. 반면 국내에서 더 많은 제조업이 중국으로 빠져나갔고 그나마 유지하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약화된게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제는 서비스업도 인도로 넘어간다. 콜센터, IT개발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서비스산업의 일자리가 사라져간다. 이렇게 수입은 주는 것이 큰데도 소비가 늘어난다면 뭔가 문제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정부에게 권하는 저자의 메시지는 더 이상 호감 받기 어려운 제국주의적 정책을 펼치는데 돈을 쏟지 말고 세제개편 등을 통해 저축 보다 소비 권하는 국내 환경을 바꾸라고 한다. 제조업을 버리면서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는데 통신 및 교통 인프라가 과연 남보다 좋은가 되묻는다. 그 예로 한국이 보여주는 KTX의 빠른 속도와 무선통신의 다양한 서비스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반면 미국의 교육은 학교에 경찰이 상주해야 할 정도로 범죄가 만연해 집에서 애들을 가르치려는 홈스쿨링이 늘어난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그런 나라에 조기교육 한다고 애들 보내 기러기 아빠 한다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어쨌든 세계를 돌아다니고 내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미국이 배워야 할 것은 겸손함으로 보인다.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게 앞으로 우리 모두에게 남은 과제다.

읽고 들었던 몇가지 생각 중 하나는 서비스 아웃소싱의 흐름에서 한국이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콜센터를 비롯해 IT 개발 등 많은 분야에서 일어나는 국제적 역할 재편에 있어 한국은 과도할 정도로 무심하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시도했던 콜센터 연변 보내기 같은 문제가 노조와 금융당국의 방해로 좌절된 것 같은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 차라리 거기서 남는 돈으로 인력을 재교육 시키는 쪽이 훨씬 사회적으로 득일 것인데 말이다.
미국 달러의 장래에 대해서 이리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데 열심히 통화안정채권 발행해 달러 사모으는 우리 한국은행을 보면 저기에 내가 내는 세금도 있는데 앞으로 어쩌나 하는 고민도 든다. 환율이 떨어져 걱정인데 이익은 유지해야 겠으니 납품업체 후려쳐서 단가 내리라고 하는 현대차의 최근 모습을 보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스스로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다면 남의 머리라도 빌려야 하지 않나?

이 책과 엇비슷하게 발행된 프리드먼의 평평한 세계에 대한 책의 논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는데 세계화는 거부한다고 꼭 피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나에게 맞는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세계화는 신자유주의와 동격이고 모두 제국주의의 음모 및 악이다라는 식의 논리는 도그마는 될 수 있지만 해법은 절대로 아니다. 세계가 하나로 교역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시각은 여럿 존재한다. 그들을 놓고 무조건 묶고 거기다가 도덕적 판단 까지 더해 버리면 결국 만들어지는 건 단세포적인 인간이다. 입으로는 늘 뭐가 좋고 나쁘고 단언해서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막상 일을 시켜보면 아무것도 풀어내지 못하는 그런 인간들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보다 균형감 있는 세계관을 갖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꽤 유용한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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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6-03-22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이요^^

비로그인 2006-03-22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당장 읽을 순 없는 책이지만 공감가는 내용이 많은 듯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사마천 2006-03-23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 꽤 쉽습니다. 한번 관심 두시죠. ^^

한잔의여유 2006-03-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으로 많이 배워갑니다.저도 저 책을 평평한 세계와 비교해서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은 같은 의견으로 공감합니다.^^ 그 대안의 부재가 지금 프랑스의 사태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사마천 2006-03-3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토님/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세계화도 어느 하나로 볼 게 아니라 다각도의 깊이 있는 분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함께 그 분석의 길로 가보시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