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한다면 무슨 내용을 채워주면 좋을까?
시간 순으로 볼 때 탄생, 성장, 갈등과 고민, 행복 등등을 하나씩 잡아서 서술해보면 어떨까 답해본다.
이 영화는 그런 내용들을 우선 꽉 채워나갔다. 게이샤를 아는 사람이라면 약간 지겹게 느껴질 정도로 까지 상세하게 과정 하나 하나와 관련된 사람 하나 하나를 그려낸다.
그럼 정말 게이샤는 무엇일까? 답 하나는 남자들에게 감성을 깨워주는 존재다.
정략결혼으로 맺어져 현재의 부인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한 요소로만 생각하는 남자들에게 가슴 깊은 곳의 감성을 일깨워준다. 오랜 기간 연마한 훌륭한 전통 무용 솜씨를 보여주고 샤미센이라는 악기를 뜯으며 부드러운 말솜씨로 술자리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그들을 현대적 개념으로 보자면 엔터테이너라 할 수 있다.
선비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고 한다. 특정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 또한 그 솜씨를 알아주는 존재가 있어야 한다. 단지 여자로서의 매력만을 본다면 그만한 대가를 합리화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의 문화가 한분야의 최고의 장인이라면 그만한 값을 쳐주어야 한다는 사고방식인데 게이샤에 대한 대접 또한 마찬가지로 보인다. 자신에게 솜씨를 닦아 남과 다른 유니크한 존재가 되고 스스로를 계속 높여나가는 것이 바로 그들 나름의 살아가는 법칙이었을 것이다. 속되게 말해서 술집도 여자가 나오면 비싸지는데 어떤 곳은 연예인이 나와서 천정부지의 가격을 청구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게이샤라는 존재를 여자 자체로 보는게 아니라 훌륭한 솜씨를 가진 최고의 연예인라고 본다면 그 가격은 보통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이 될 것이다.
그럼 누가 게이샤를 만들어갈까? 바로 게이샤다. 잡초같은 시골 아이를 데려다가 꾸준히 키워서 어느날 시장에 데뷔시키는데 잘되면 대박이 나게 된다. 그동안 투자했던 몸값에 교육비를 모두 뽑꼬도 남아서 이제 주변을 모두 부양하는 존재가 된다. 이렇게 보면 게이샤 사업은 연예기획사 같지 않은가?
영화에서 감탄한 점은 주인공의 대사가 하나 같이 시적인 표현이었다는 점이다. 상대의 감정을 잘 배려하며 선택된 단어로 만들어진 문장은 하나 하나가 인생철학이 깊게 담긴 시다. 매력은 결코 외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있다고 한다. 게이샤들은 보통 사람과 다르게 어린 나이부터 인생의 시련을 겪고 이를 극복해가며 성장해온 존재라 성숙의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 주인공이 남긴 말과 장면 하나 하나를 연결해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또 영화를 보다보면 기모노를 매우 대단한 존재로 나오게 된다. 여러차례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재로 쓰인다. 스모에 대한 표현과 원리 설명도 재미있다. 이렇게 하나 하나를 통해 일본문화의 여러 요소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와호장룡에서 활약한 두 중국 여배우를 게이샤를 삼고 남주인공은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탐 크루즈와 열연한 와타나베 켄으로 내새운 점은 모두 미국 등의 관객을 의식한 것 같다. 덕분에 가깝게 본 한국사람이나 중국에서의 시각은 곱지않을 수 있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상영금지라 DVD 해적판이 깔려서 돈다고 한다. 어쨌든 일본 문화의 한단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영화 감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