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사냥꾼 - 시대를 바꿀 흐름을 찾는 헤지펀드 운영자의 돈벌이 비결
앤디 케슬러 지음, 형선호 옮김 / 이지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실리콘벨리에서 활동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실제 저자가 운영한 펀드는 5년간 연 55% 이상의 수익을 올려줘 탑 레벨로 랭킹 되었고
본인 또한 수익의 20%에 해당하는 거금을 받아 재정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소설이 독특한면은 현대의 벤처캐피털 운용을 멀리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점차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과정과 대비시킨다는 것이다. 증기기관이 처음 나왔을 때 만든 사람의 시야는 제한적이었다.
기술자 입장에서는 탄광에서 물뺀다거나 하는 제한된 일에서 말을 대체할 정도의 수요만 보았다.
하지만 자본가가 후원자로 참여하면서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판매방식 전환, 기술의 정교화를 통해
급속히 사회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게 된다.

현대의 벤처캐피털의 역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이다.
거대한 조류가 올 것인가 예측하고 비즈니스 모델화 가능한지 따져보며 마지막으로 과연 누가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가 묻는 것이다. 시스코 등을 발굴한 돈 발렌타인 등의 질문은 이렇게 간결한 3가지에
머물지만 중요한 것은 실행이었다.

저자가 이 과정에서 발견한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더 이상 제조업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반도체도 굳이 생산을 하려면 수억불의 자본을 시설투자와 관리에 투입해야 하지만 TSMC와 같은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를 활용하면 자신은 보다 설계에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기업이 이 모두를 직접하려고 하면서 자산버블에서 만들어진 부동산 투기이익에 연연해 하고 있을 때 차라리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는 미국의 설계업체에서 더 큰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 보편화된 플로피 디스크를 싸게 만들겠다는 업체보다 언젠가 사용자가 CD를 write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보고 관련핵심부품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했다. 멧칼프의 법칙에 따라 인터넷이라는 큰 조류를 잘 탔고
하나 하나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돈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드디어 거대한 거품의 터지는 상황을 보았지만 냉정한 통찰력을 잊지 않았기에 펀드의 손실을
최소화 시켰다.

소설로 서술되었지만 많은 내용들이 실명과 실제 벌어진 일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안타까웠던 것은
맨처음 서두 부분에 쌍용이라는 회사가 다급한 마음에 자신의 투자금을 헐값에 회수하는 장면이었다.
삼성 현대 등 한국 기업들이 벌였던 많은 해외투자가 PC제조업이나 공장 위주로 되었지 시스코와 같은 신경제의 총아들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당시 기업들이 초보적인 상태일 때 자신의 기업에 방문한 한국기업인들 - 부장이나 상무급 - 에게
투자권유를 많이 했지만 이러한 기회가 실현된 사례는 없었다. 반면 CEO나 기업총수가 결단내려서
투자한 사례는 몇 있어도 결과는 비참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너무 상층부에서 이루어져서 기술의 발전과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제때 대응못한 것 같다.

유연하고 능동적인 계층이 자유롭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실패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좋은 교육기관과 연구기관에서 나온 인재들이 활동하게 자본과 사회적 시스템이 지원되다보니
제조업을 버리면서도 높은 성과를 만들었다고 보여진다.
저자가 반경 몇십 킬로미터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 많은 인재와 기업 그리고
좋은 투자기회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시시하는 바는 역시 지적인 클러스터가 만들어내는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우리도 중국의 저임금과 선진국의 시장개방 압력을 걱정만 하는게 아니라 이런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가 발전해나가는 방법에 대해 좀 더 같이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더해서 참고로 헤지펀드 매니저라고 표현하는게 아니라 벤처캐피털리스트라고 하는게 맞다.
두 부류의 성격이 서로 상당히 다른데 혼동을 주는 것 같다. 제목 또한 변화사냥꾼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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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2-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려던 책인데, 먼저 지르셨군요. 전 신문기사 수준의 내용을 기대했는데, 좀 어렵지는 않으려나... ^^;

사마천 2006-02-01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재미있게 썼습니다. 신문기사 보다는 어렵겠지만 벤처 투자 관련해서 읽어 볼만한 책으로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