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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평전
조성기 지음 / 작은씨앗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한국의 경영인들 중에서 모두에게 존경 받는 사람은 드물다.
비범한 일을 해서 인정을 받더라도 다른 과오에 의해 비난받는 경우가 많다.
가깝게는 삼성이 상속 등과 관련해서 비난 받거나 대우가 과도한 차입에 의한 붕괴로
현대가 지나친 확장에 의해 비판 받는게 모두 그러한 사례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이 되는 유일한 박사는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존경 받는 기업인이란 점에서 예외다.
자신의 기업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이 정경유착을 통해 개인적 치부를 해나가던
시절 신선했고 기업을 운영하는 이념으로 성실과 정직을 강조했기에 의약품과 같이 복마전으로 치부되던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아냈다.
유명 소설가인 조성기씨가 유려한 필체로 전개한 이 책에서는 기업인 유일한이 나오기까지 과정을
다양하게 살펴 볼 수 있다. 식민지로 몰락하는 조선의 말년에 선교사를 따라 떠난 미국 유학부터
박사학위까지 받도록 치열한 공부, 독립운동의 후원 밑 혼란속의 대한민국으로 귀국 등 인생의 전개가
곧 한편의 드라마였다.
약이란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중요한 제품이기 때문에 그만큼 신뢰를 쌓고 지켜야 한다는 기업이념은
유일한 개인적으로도 항상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믿음에서 나왔다.
어려운 주변을 도와는 주되 그것이 과하면 자립심이 없어지기 때문에 늘 돌려받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자신에게 빌려간 내용을 유언장에 일일이 명기해서 회사에서 돌려받도록 하되 노부모를 모시는 경우는
면제해주는 운용의 묘도 나타난다.
유언과정에서 자신의 아들에게는 대학교육을 시켜주었으니 자립해라하고 말한 내용이 냉정하게 들리지만
미국의 주요 부자들이 자식들보다는 기부를 선택하는 문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능했던 선택이라 보인다.
반면 살아가면서 오랫만에 사무실로 약속 없이 나타난 조카를 보고 왜왔는지를 되묻는 모습 등은 역시
미국적 문화의 지나치게 합리적인 부분이라고 보인다.
독립운동 과정에 대한 묘사도 흥미로운데 이승만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당시 이승만은 하와이 등 노동자로 나간 동포들의 모금을 기반으로 자신의 프린스턴 박사학위를
강조하는 과도한 영향을 행사해왔다. 그런 이승만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에
대한민국 건국 초기 협조를 거부했더니 다양한 방법으로 보복이 돌아왔다고 했다.
사업을 하면서도 이승만 정부에 대해 정당히 세금을 내고 특별히 부당한 혜택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기업이 장수하게 되는 조건이 되었다고 한다.
장면,박정희 등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이 원칙은 대체로 유지되어서 오늘날까지 이어온다고 한다.
내가 정당히 의무를 다했기에 굳이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당당한 모습이 보여진다.
조성기씨의 글솜씨에는 당시 시대배경에 대한 공부가 많이 더해져있다. 어떠한 상황이었기에 이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는 배경설명이 더해져서 한사람의 삶을 보다 충실히 이해하도록 만들어준다.
아마 조정래씨의 아리랑과 같이 읽어도 충분히 서로 도움을 줄 것 같은 글들이다.
어쨌든 신용과 정직으로 미래를 내다보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온 존경받는 기업인에 대한 기록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참고로 어떤 국내 유명 펀드매니저는 유일한이 창업한 유한양행을 테러가 나도 보유하면서 잠을 잘 수 있는
종목으로 추천한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