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이재용의 삼성
성화용 지음 / 월간조선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은 멀리 보고 후계자에 대해 거론했지만 내용으로 보면
10년 뒤의 미래를 예측했다기 보다는 삼성이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 중에서
오랫동안 고민해야 될 부분을 드러낸 수준의 분석에 머물렀다.

그럼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삼성이 이정도까지 올라올 것으로 다들 생각했을까?
이 책에서 거론한 10년 전 설문에 의하면 답은 대우였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멀리 내다보려고 애쓴다고 해서 정답을 주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지금 삼성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열거해보려고 한 시도는 좋게 본다.

우선 이 책의 질문 중 하나가 삼성이 과연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가다.
핵심 기술이 부족하다는 점을 먼저 들었는데 여기서 핵심 기술이란 MS의 OS platform,
퀄컴이나 인텔의 칩과 같이 서비스 체계의 핵심을 이루고 독점을 통해 타 경쟁자를 배제하는
요소를 말한다. 삼성의 주 생산품에 그러한게 있을까?
반도체나 LCD는 분명 막대한 돈을 벌어주는 cash cow고 삼성이 타 회사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한다고 해도 그건 더 빨리 개발하는 것과 더 많이 생산하는 것과 같은 양적 차이에 머무를지 모른다.

주변의 견제가 심해지는 건 지금이나 예전이나 마찬가지였고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흔히 넛크래커라고 해서 양쪽의 강한 힘 사이에 낀 모습을 표현하는 말이 있는데
일본의 기술, 중국의 저임금의 힘이 삼성을 압박할 것이다.
문제는 일본의 기술은 예전부터 발달시켜온 정밀공업의 위력으로 각종 장비와 고순도 부품을 만드는데
한국이 쉽게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또한 단순히 싸다고 보아서는 안된다. 그들은
과거 한국이 그랬듯이 싸고 똑똑하고 노력하는 노동력이라는 점에서 절대 단순한 생산기지로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동남아의 노동력 질이 떨어지지만 일본이 한사코 중국 투자를 꺼렸던 점도
미래의 경쟁자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최근 벌어지는 기술유출 사태들은 이런 우려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이 양쪽의 압박을 돌파해나가려면 삼성은 지금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보다 강화된 핵심기술을
창출해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명하게 일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또한 중요한 것이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같이 일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국내에서 급부상한 기업이 fab-less 반도체 회사들이다. LG반도체,하이닉스에서 나와서
각기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만들어진 엠텍비젼, 코아로직 등과 같은 자그마한 회사가
한국적 환경에 맞추어 발빠르게 움직여서 시장을 만들어낸다. 또한 레인콤과 같이 MP3P, PMP 등
전자업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들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런데 과연 삼성은 이들을 동반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경쟁자로 볼 것인가가 아직 의문이다.
중소기업이 가능성을 확인한 분야를 직접 생산한다고 하거나 레인콤의 경쟁자인 애플에 대량으로
저가에 플래쉬메모리를 공급해서 산업을 흔들하게 만드는 것이 정말 대국적인 자세인지 쉽게
납득가지 않는다.

기업은 하나의 고립된 섬이 될수는 없다. 사회를 기반으로 하여 서로 동고동락하면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 삼성의 성장 또한 과거 전자산업에 몰두한 많은 이공계 인재들의 열정이
바닥에 깔리지 않고서는 여기까지 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보여지는
이공계의 몰락은 장기적으로 삼성이 전자산업에서 우위를 유지할만한 R&D 인력의 확보가 가능해질지
의문시 될지 모른다.

또한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체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판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압박을 모두 이겨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과제다.
민노당 등의 무노조 경영 비판에 대해서도 점점 대응 논리가 궁색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 모든 어려운 과제들에 대해서 새로운 후계자는 어떠한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가 궁금하지만
이 책을 뒤져보아도 아직은 가능성으로만 남겨둔 상태인 것 같다.

요즘 이건희나 이재용을 욕하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한보에서 천억에 달하는 뇌물을 주고 받은 김현철과 정태수는 멀쩡하게 세상을 활보한다는
현실이 더 부끄럽지 않은가?
삼성이 돈 좀 벌었다고 땅 수십배씩 받고 팔아넘기려는 토지공사
같은 장사꾼이나 뒤로는 기업에게 정치자금 요구하고는 앞에서는 도덕군자처럼 행사해야 하는
정치인들이야 말로 좀비 같은 존재다.

얼마전 읽은 디트로이트의 몰락이라는 책을 보면 한 산업이 무너질 때 도시가 어떻게 황폐해지는지
잘 나타난다. 한국의 흥과성이 단 하나의 기업에 달려있지는 않겠지만 만약 전자산업의 주도권이
다시 일본이나 아니면 중국으로 넘어갔을 때 우리가 허망함만 품고 있지 않으려면 무엇인가
서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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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6-23 0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