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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어사전 4 ㅣ 이병주 전집 26
이병주 지음 / 한길사 / 2006년 4월
평점 :
이병주의 70년대말 80년대초 신문 연재 소설이다.
이 책을 처음 소개받게 된 건 잊기 어려운 문장이라는 대목에서의 소개였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금방 몰입을 불러 왔다.
신문사 교열부에 자리잡은 신입사원들에 대한 환영사가 인상적이었다.
활자의 사막에 떨어진 나폴레용들..
나폴레옹과 같은 포부를 갖고 신문사에 왔지만 기껏해야 그곳은 사막이었을 따름이라니..
교정부의 비극을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해주는 문장은 드물었고 내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이야기는 곧 연애담으로 빠진다.
여주인공들이 여럿 등장하고 주인공의 관심은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쉬지 않고 바뀌어간다.
여복이 많은 걸 보고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을까?
이 시대 70년대말이 박정희 시대 말기로 격동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회상의 반영, 문학은 역사가 못 다한 일을 메꾼다는 이병주의 문학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감옥에서 사마천의 사기에 푹 빠져서 자신의 불우함을 이겨냈다는 이병주의 패기와는 달랐다.
시대상의 반영은 신문의 파업의 묘사에 나타난다.
주인공은 거기서 애매한 태도를 취한다. 동조하지도 않지만 이익도 추구하지 않는 애매한 입장 말이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을 통한 사회 묘사는 끝나간다.
아마도 검열탓인가 하는 추론을 해보지만 내가 검증을 해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이여자 저여자 쫓아다니가 나중에는 스웨덴에서의 여성 과학자로부터의 편지까지 등장한다.
기존 인물이 밋밋했던지 시골 조카, 무대포 경상도 총각까지 등장시킨다.
하지만 아쉽게도 글은 뒤로갈수록 현실성은 버려가면서 희극도 아닌 소극 즉 웃음거리로 추락해간다.
창작의 자유를 허하지 못한 시대 탓이라고 하면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해방직후를 그려낸 <산하>의 필력이 너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