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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 - 트렌드를 창조하는 자
김영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정말 치열하고 멋있게 살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한분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김영세님은 디자이너로 이름을 세계에 날리고 있다.
디자인 업계에서 선망하는 상들을 한두번도 아니고 여러번 수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다니는 레인콤의 아이리버가 김영세님의 회사인 이노디자인의
이름으로 나왔다. 현재 삼성,LG의 핸드폰 디자인이 그의 이름을 걸고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책을 보니 나는 그동안 몰랐지만 동양매직의 가스버너에서 계양전기의 공구까지 두루두루
그의 작품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 제품은 하나같이 혁신적인 성취를 만들었다.
그러면 그는 어떻게 이러한 디자인을 할 수 있었을까?
직업상 비행기를 많이 타는 그에게 항공사가 준 선물은 스케치북 형태의 메모지였다고 한다.
갑자기 메모지를 찾아대는 그의 습관을 잘 이해하고 대비한 것이다.
물론 평소에 준비하는 프로이겠지난 생각이 날 때는 막바로 메모와 디자인에 들어간다고 한다.
차를 몰다 자전거를 들이 받을 뻔 했을때 아 저 자전거 모는 사람이 뒤를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에 헬멧에 후면을 볼 수 있는 카메라를 장착했고
아이리버 프리즘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이어폰을 주렁주렁 메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아예 목걸이 줄에서 바로 이어폰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해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 주변의 불편함,괴로움,못생김에 대해서 왜 굳이 이렇게 해야 되나 하는 반론과 함께
도전의식으로 해결해나가는 자세가 바로 그를 훌륭한 디자이너 심지어 사람까지 구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스스로 회고하듯이 아버지의 말대로 편한길 찾아 공대를 갔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면 영어실력이 부족하다고 미국 유학시절 기가 꺽였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아니면 적당히 큰 회사에서 일하면서 미국 생활에 안주했다면 이렇게 되었을까?
오히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욱 내면의 창조성을 깨우고 키웠던 덕분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글 곳곳에서 그는 전공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들어야 할 금언들을 남기고 있다.
참고로 몇마디 더 하자면 출신 대학은 밝히는데 출신 고등학교는 밝히지 않았다.
내가 대신 이야기하자면 경기고등학교다. 고교 동창 김민기와 아침이슬을 함께 부르는 장면도 멋있게 보인다.
더불어 한국의 기업들도 사고방식이 바뀌어가야하고 바뀌고 있다고 생각된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을 무척 강조하는 모습은 좋다. 그의 그러한 선각자적 안목이 있어
오늘의 삼성휴대폰과 TV가 세계를 누비고 다닌다고 생각된다. 거금을 들여 디자인 전문학교(SADI)를
만들고 여성 디자이너 인력을 꾸준하게 채용하고 내부에서 키워왔던 것 등 체계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성과가 없었을 것이다. 단 휴대폰의 천지인 문자판을 만들어낸
직원에게 쥐꼬리만한 포상금을 주고 입막음하려는 태도를 보면 여전히 멀었다고 보인다.
외부의 천재들에게 후한 대우를 하지만 정말로 기업의 성공은 내부의 직원을 천재로
키워나갈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마치 3M 처럼.
이 글 속의 오티스라는 엘리베이터 회사 직원이 먼저 특허를 취득하고 나에게 이야기하라는
상대방 존중의 태도는 미국이 어떻게 오늘처럼 큰 기업을 키우고 있고 그들이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지에 대해서 잘 나온다.
디자인은 또한 사용자에게서도 나온다. 일본인들의 개인주의가 소니의 워크맨을 만들었고
한국인들의 아기자기한 핸드폰 사용이 애니콜 신화를 만들었다.
삼성의 플래시 메모리 저가 공급으로 나오는 애플의 저가 공세에
한국이 키운 레인콤이 추락하고 있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다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
애플의 겉모습은 멋이 있어도 세세한 기능은 한국의 사용자들이 키워나가는 레인콤이 앞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