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세계 : 일반판 (2disc)
박훈정 감독, 최민식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놀라운 영화다.
느아르. 암흑가의 어두운 면을 영상의 빛으로 조명해주는 장르다.
얼마전 김영하가 신간 <보다>에서 신촌 밤늦은 시간 삐끼를 보다가 소설 하나를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한다.
감독은 우리를 휙 들어서 삐끼를 훨씬 넘어 뒤의 뒤로 들어가 거대한 암흑세계의 한 가운데로 밀어 넣는다.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암흑가의 보스들.
그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두려워하면서 뭔가 공작을 해보고 싶어하는 경찰들.
두 세력의 사이에는 이자성이라는 경찰이기도 하고 조폭이기도 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적대하는 두 세력 사이에 놓인 그의 모습은 늘 긴장을 준다.
영화의 시작이 죽음이었는데 이는 영화 내내 반복되면서 관객에게도 긴장감을 전달한다.
감독이 긴장을 주는 솜씨는 대체로 대립속에서 나온다.
중국 갔다가 사오는 짝퉁 시계의 이름은 롤레스다. 로렉스가 아님이다.
명품과 짝퉁.
주요한 대립이 경찰과 조폭이지만 갈등은 정말 다양하다.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장청과 이중구가 대립한다.
최민식과 이정재가 대립한다.
그리고 중국계 연변 깡패와 조선의 경찰이 대립한다.
2시간반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영화는 전개된다.
감독의 기획과 편집 솜씨는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배울 것들이 제법 많다.
조직의 작동원리는 꽤 흥미롭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하는 문제는
진실과 거짓이다.
이정재의 위치는 거짓과 진실이 헷갈리는 위치다.
약속은 늘 만들어지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나서 우리에게 놀라움을 준다.
또 하나, 한국과 중국의 위치는 양면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지금 우리는 중국업체의 도전을 맞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도 그 도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영화에는 하나의 힌트는 있는 것 같다.
중국 최고의 해커들이 한국 경찰청을 털어간 덕분에 유능한 경찰들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그 모습은 한국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했다.
보안장치를 한 문은 유리를 깨니 바로 열려버리고.
총으로 막아보려고 하지만 달랑 6발 있는 총을 한꺼번에 달려 드니 해결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그렇게 양면을 가진 나라다.
워낙 크니 말이다.
그런 중국을 한 덩어리로만 보고 안다느니 하고 말하는 건 꽝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핵심적 교훈을 얻어야 한다.
모든 이론은 잿빛이요 오직 푸르른 것은 생명의 나무다.
노땅 이사들, 고참 경찰 간부들 다 필요 없다.
오직 움직이고 칼을 들고 목숨을 걸어서 무언가 쟁취하는 인간만이 대접 받는다.
그들에게 움직이도록 동기부여를 해내는 인간만이 리더가 되는 것이다.
지금 중국에는 그렇게 움직이는 인간들이 있고 그들을 제대로 이끌어갈 리더도 탄생하고 있다.
과거 한국은 역사를 배우면서 늘 당나라에 패배한 고구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해커와 연변거지 둘 다 잘 상대해내지 않으면 한국의 미래는 의문이 될 것이다.
오랜 여운을 남긴 영화를 만든 감독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한다
한 가지 더 이정재는 관상에서도 왕 노릇을 했다. 역시 리더로서 자격이 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