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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4 - 전국시대 ㅣ 화폐전쟁 4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의 해변에 느긋하게 누워 있는 꿈을 꾼다.
그런데 저 멀리서 큰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가만 보니 점점 커져온다.
과연 어쩔 것인가?
한국인들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멀리서 밀려오는 해일 같은 파도를 쳐다보다가 온 몸으로 맞아야 했던 아픔이 있었다.
그때부터 제도권 경제학과 다른 대안 경제학들이 대두되었다.
미네르바는 애꿎은 경제영재 한명을 범죄자로 몰아갔고,
김광수,선대인 등 비제도권 경제 명사들을 등장시켰다.
대중들의 갈증은 생존을 위한 욕구였다.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정부와 언론 소위 제도권이 아닌 누군가 진실을 이야기 하는 이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가장 높이 치솟은 인물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쑹홍빙이다.
그가 남과 달랐던 점은 무엇일까?
바꾸어 말해서 이 책의 주요한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저자의 현장 경험을 꼽아야겠다.
순수 이론을 한 것이 아니라 월가에서 잔뼈가 굵게 일을 했다.
그래서 당시 벌어진 위기에 대해 냉정한 분석과 함께 명쾌하게 진단을 했다.
CDS라는 일반인들이 생소한 파생상품이 어떻게 거대한 블랙홀로 변환되었는지를 설명했다.
미국이 가진 독특한 금융 의사결정 구조도 그의 손에 의해 명쾌하게 정리되었다.
두번째는 그의 시각의 독특함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월가의 탐욕을 고발한다.
열심히 일해서 만든 돈이 미국의 금융 놀이에 휘말려서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불안감을 가진 다수의 아시아인들에게 이 책은 청량제가 되었다.
세번째로 그가 보여준 장점은 풍부한 역사탐색이다
학자는 본질적으로 확실한 것을 추구한다.
반면 행동하는 사람들은 순간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런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미래는 어떨 것이다라고 보여주는 힘이 저자에게 있었다.
그 힘은 바로 역사에서 나왔다.
그의 주장이 황당하게 들리다가도 그가 찾아서 보여주는 수 많은 역사적 사실들은 단순한 음모론 설파자에 그치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이 노력은 2,3,4권으로 이어지면서 점점 강화된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하던 말을 당대의 신문,회고록 등 1차 자료를 일일이 찾아서 백업해낸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람으로는 쉽게 반박하기 어려워진다.
네번쨰로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지금 미국의 패권은 과거부터 오래된 것이 아니고 영국으로부터 거의 강탈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매한가지로 지금 미국도 이 패권을 영원히 누릴 수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 다음은 무엇일까?
미래란 과연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가?
여기에 대해 저자는 아시아 금융 공동체를 주장한다.
무엇보다 유럽의 경험에서 배우자고 이야기한다.
유럽은 스스로 벌인 두 번의 세계대전으로 미국을 키워주었지만 다시 돌아보며 역사의 앙금을 덮고 거대한 공동체를 만들어 르네상스를 이루어간다.
그 과정에 유명한 석탄철강 공동체와 더불어 유로달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창조적 대안이 있었다는 점을 설파한다.
이 경험은 고스란히 아시아 3국에게도 적용될 것이리라.
일본이 제조업에서 이룬 성취에 대조적으로 금융에서는 철저히 후진국이었다.
아마 한국도 중국도 일본보다 잘 한다는 보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렵게 모은 돈을 가지고 기껏해야 달러 보유하기 위해 미국의 국채를 저금리로 사들인다.
그런데 한국이 2008년 겪은 위기 속에서 자체만의 비축고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해변의 파도는 점점 커져간다.
그 앞에서 한국이 가진 돈은 매우 작다.
결국 누군가 돈 많은 친구의 백업이 없다면 계속 버티기는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미국이 부채를 끊임없이 키워가는 현황에 비추어 보면 저자의 주장대로
2020년 이후에는 재정적자와 부채에 대한 이자 지불금이 한계점에 달 할 가능성은 커 보인다.
꼭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양적완화의 변동에 따라 물이 밀물로 썰물로 자유롭게 방향을 전환하고 한국이라는 작은 돛단배가 거기에 맞추어 흔들리는 모습은 지금도 분명하고 앞으로는 더 위험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되는 한중,한일 FTA 방향은 어디가 더 좋을까?
아마 한중이 빨라질 것이고 그 여파는 무척 클 것이다.
그 흐름 속에 놓여 있는 우리들은 어떤 고민을 치열하게 하고 있을까?
1년 내내 과거사 이야기로 덮여진 신문 속에서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책을 내놓는 중국의 국력이 부러워진다.
이 책의 이야기가 미래로 뻗어 있기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과 함께하리라 여겨진다.
책 읽기는 거의 삼국지 보는 듯 했다.
강대국이 이익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들면서 싸우고 쟁취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왜 이런 책을 우리는 내지 못하나 하는 아쉬움으로 이어진다.
2013 최고의 책은 정글만리였다.
문학도의 손에 의해 인터뷰를 그러 모아 중국의 실상을 잘 보겠다고 하는 책과
전세계 금융사를 한 장의 지도로 보여주면서 맥을 짚어서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책의 대조는
아마도 한국과 중국의 실력차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쉽게 읽히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무거운 책 <화폐전쟁>이 주는 무게를 느끼며 숙제를 안고 독서를 마치게 되었다.
다음 밀려올 파도에서 잘 이겨내기를 기원하면서 마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