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와 그 아들들까지 모두 격파한 조조에게 이제 싸우면 이기는 상승장군이라는 평판이 생겼다. 그렇지만 손자병법을 보면 이것보다 높은 단계가 있다. 바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사람이다. 조조는 원소의 아들들이 도망간 변방을 일일이 자기 손으로 정복하려고 하지 않았다. 공손연이라는 지방군벌이 차지하고 있는 요동은 중원에서 한참 떨어진 땅으로 점령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번신을 둘 수 밖에 없는 지역이다. 여기까지 굳이 군사를 몰고 가서 얻을 수 있는 실리 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앞에 있었다. 바로 형주의 유표, 강남의 손권, 서량의 마초와 한수를 제압하는 일이었다. 이들의 영토는 중원에 바로 물려 있었고 조조가 중원의 패자가 되면서 압박을 많이 느끼고 있는지라 어떤식으로 저항할지 분명하지 않았다. 종합적인 상황인식을 한 다음 조조는 군대를 정지시켜 놓고 가만히 요동의 반응을 기다렸다. 조조가 막바로 쳐들어 올 것으로 보이지 않자 공손연은 원상의 잔당을 정리하고 제발로 복속하겠다고 나왔다. 미소를 지으며 이들을 맞이하는 조조의 솜씨는 말 그래도 손안대고 코푸는 격이었다. 이러한 정책의 의미는 곳곳에 할거하던 세력들에게 대놓고 저항하지 않으면 자신들의 세력은 보존할 수 있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고 여기에 공손연이 응한 형태다. 이외에도 조조는 과거 원소 치하의 무장들이나 지방관들도 순순히 항복하면 기득권을 인정해주었다. 과거를 불문하고 미래를 위해 일하라는 원칙으로 중원을 통합한 것이다.
전투 끝나고 남은 민심 수습의 문제에서도 조조는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선 승자의 입장이었지만 원소를 모욕하지 않았다. 원소의 본거지인 업을 점령하고 나서 원소의 무덤 앞으로 가 눈물을 보인 것은 진정이라기 보다는 연극이었다. 하지만 패배의 상처를 안고 있던 원소의 잔존 세력들을 회유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민심을 다루는 정책이다. 우선 점령지에서 첫해의 세금을 깍아준다는 포고를 내렸다. 당시에는 독자적인 여러 군벌들은 특히 전쟁에 임박해서 막대한 세금을 거두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의 존폐가 걸린 싸움을 앞두고 굳이 본거지에 많은 물자를 남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싸움을 이기고 점령한 땅에서도 무엇 하나 쉽게 건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 욕심을 내가지고 승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행사하려고 한다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치를 조조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