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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7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난국 ㅣ 미생 7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웹툰의 고수 윤태호 작가의 강의를 얼마전 들었다.
그가 누구인지,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가 궁금했다.
자신의 소개는 정말 겸손 그 자체였다.
수학은 초등학교에서 포기, 영어는 중등에서 포기, 대학도 포기.
3년만에 본 아버지에게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 극히 낮은
자존감을 보이는 소년이었다고 한다.
그림 하나 잘 그리는 것으로 허영만 작가의 문하생 생활을 했지만
또 하나의 큰 좌절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데뷔작의 실패였다.
인쇄된 만화책을 찬찬히 넘기면서 남들에 비해 그림은 이쁘지만 전혀 스토리가 재미 있지 않은
자신의 작품을 안타깝게 보아야 했다.
나는 도대체 남들에게 풀어 줄 스토리 하나 없다라는 자괴감이 무한히 밀려 왔다고 한다.
마치 프로 입문생으로 나섰지만 좌절을 겪고 다른 세상에 휙 밀려온 미생의 주인공 같이 말이다.
윤태호가 서 있던 바로 그 좌절의 자리에서 오늘까지는 꽤 긴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이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건 독자 여러분이면 잘 짐작할 것 같다.
이 시점에서 웹툰의 또 다른 산맥인 강풀을 보자.
상지대 국문과. 대자보 써본 경력은 있지만 그림은 잼뱅이.
덕분에 그의 고질병은 치질이다.
남 보다 오래 앉아서 작업 하다 생긴 직업병이다.
윤태호는 강풀의 반대편이다.
그림은 좋아도 스토리는 없다.
그래서 그는 정말 겸손하게 묻고 다니는 일을 그치지 않아야만 했다.
직장인들의 갖가지 고충이 적나라하게 그려진 작품의 저자의 창작 비결은 집요함이었다.
낮은 자존감에 사회를 만나기 어려웠던 그로서 편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려 4년7개월간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미생을 만들어내었다.
강풀이나 윤태호나 웹이 만들어준 신세계의 히어로다.
그렇지만 그들은 마치 항아리 속 거미처럼 무수히 만들어져 서로 밟으며 올라와서
살아난 몇몇일 뿐이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의 비유를 인용...)
그들의 건투에 찬탄을 보이지만 막상 그 항아리속은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들은 아니었다.
문하생들 상당수가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간신히 교통비 받으면서 오가야 하고 밥먹으로 나와야 하는 현실들이 그곳의 풍경이다. (혹자에 의하면 20대는 30만원 짜리도 있다고 한다..)
미생의 주인공 장그레는 왜 회사에 받아들여지지 않아야했냐는 질문에,
윤태호는 이렇게 답했다.
"이 땅의 무수한 비정규직이 살아가는 현실에 단 하나 장그레만 정규직이 된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대략 내 기억을 요약하면.. 딱 맞는 보장은 없고요 ^^; )
신데렐라의 길이 아니라 거리의 추악함을 고스란히 녹여낸 레미제라블의 길을 선택했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어왔다.
그의 노력에 감탄을 보내고, 이 땅의 어려운 자, 재능 없는자 모두에게 희망을 준 그의 성취에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건 그의 작품이 시대를 골고루 비추는 거울로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