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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숲 - 합본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삶이 지겹다 힘들다고 탄식하는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다.
20년 동안 감옥에서 본인에게 허여된 공간은 극히 작았지만 늘 미래와 넓은 세상을 꿈꾸었다.
오늘이 힘들다고 내일을 향한 이상을 잃지 않았고 큰 변화를 꿈꾸어도
눈앞의 작은 것을 무시하지 않는 섬세함을 가졌다.
그를 넓은 세상으로 보낸 것은 중앙일보의 참신한 기획이었다고 생각한다.
가는 곳곳마다 사색이 깊이 담긴 기행문을 보내왔다.
스페인 편을 보면서 전에 읽었던 어느 여자분의 기행문이 생각났다.
거대한 성당에서 그녀는 스페인 사람들의 신앙심이 돈독한가보다 하고
감상을 늘어놓는다. 한데 어쩌랴 그 성당은 피비린내나는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포로로 잡힌 사회주의자들을 강제노역시켜 만든 프랑코의 작품인 것을.
역사에 대한 충분한 깊이가 없다면 이렇게 우스운 해석이 나오게 마련이다.
작은 공간 하나 하나에서도 신영복 선생님은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뉴욕과 LA에서 미국의 힘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었다.
선생님의 명성답게 해당 지역의 한국인 엘리트들이 자기의 소견을 이야기하고
이것이 모여 글이되는 것을 보면서 느끼게 하는 바가 많았다.
전에 백남준 관련 글을 보다가 서울 한강 다리가 제각각인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다. 답은 중동 지역 발주처에 보여주기 위해 모델별로 달리 했다는 것이었다.
백남준씨가 워낙 거물이라 그에게 전해준 이 말이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 여기저기 해외 미술관에서 작품이 소장된 현대 한국사람은
그가 거의 유일하다. 단 born at Seoul. US citizen 이라고 나와서 약간 서운할 따름이지.
역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힘은 남 다른 것 같다.
생각있는, 깊이 있는 세계 여행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