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알게된 것은 <나는 일본 문화가 재미있다> 였다. 일본문화의 수입개방이 허용되면서 쏟아져 나온 책 중의 하나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큰 감명을 받지는 못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나온 책들이 그저 그렇겠지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나였지만 이 책은 분명 달랐다. 대중문화라는 매우 넓직한 범위 안에서 이런 저런 주제들을 다루면서도 꽤 깊이를 유지했다. 일본 프로야구 하나도 세밀히 들여다보면 일본 사회를 알 수 있게된다던가 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얻을 수 있는 이해는 아니다. 그래서 후일 장정일이 김지룡과의 인터뷰에서 대중문화 하나를 다루면서도 다른 잡다한 일본소개 서적보다 훨씬 일본을 더 잘 알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두번째로 손에 잡은 책이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책이다. 본인의 유별난 인생편력을 시간에 맞추어 하나씩 소개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보나 내가 스스로 돌아보나 범생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는 무척 거리가 먼 삶이었지만 솔직한 고백들과 색다른 경험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가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결코 아무런 한계 없이 방종으로 흐르거나 방향없이 무의미한 삶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아님을 알게되었다. 이책을 썼던 시점이 IMF로 만들어진 경제불황이다 보니 특히 일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층들이 많이 좌절하고 있었다. 이 때 작은 것에서도 재미와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김지룡의 주장은 꽤 호소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저자 본인 또한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감명을 받아 무려 10번을 읽고 나서 편지를 썼다던가 하는 경우였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 써내려간 책이 바로 <나는 솔직하게 살고싶다>였다. 이 책은 일본의 대중문화 중에서도 특히 성과 관련된 부분을 자기체험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읽다가 너무 재미있었다. 남자들에게 성에 대한 이야기는 늘 과장 섞인 무용담으로 떠돈다. 많은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우리들은 무지한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가끔은 그런 무지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피해를 보게 된다. 하여간 이 책은 꽤 충격적이다. 빨간 비디오를 찍는 포르노 배우가 되어보려던 시도, 동경의 각종 유흥가에 한국관광객을 몰아주면서 받은 리베이트, 일본 생활에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한단계씩 올라가는 빨간 문화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찬다. 나중에는 아예 홀딱 벗도 원조교제의 한가운데까지 탐색해보는 저자를 보면서 정말 웃지 않고 버티기가 어려웠다. 읽다보면 앞서의 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에서 전문가 행세를 하는 많은 사람들 - 의사, 저술가, 각종 지식인 - 의 무지를 발견하게 된다. 아는 것에 비해서 행세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또 얼마나 허위와 무지가 발생하는가? 이책을 보기 껄끄러운 분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개망나니’(?)에게 딸은 주신 저자의 장인, 장모님이실 것이다. 그 대목에서 물론 저자도 고민을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까발겼다. 그의 용기와 경험을 보아서라도 꼭 집어들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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