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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박영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2012년 9월 매일경제 신문에 주필께서
발자크의 망령이라는 글을 올렸다.
큰부자가 돈을 만들어내는 데는 범죄가 있다는 생각을
발자크가 퍼트렸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몰아내야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한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처음 발자크가 제목에 떠올라서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던 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발자크는 왕당파다. 기존의 질서와 권위가 존중되기를 바랬고 스스로 귀족을 뜻하는
de 를 사칭하는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고 진짜 귀족 미망인과 결혼을 했다.
어찌 보면 기득권의 철저한 옹호자다.
그런 발자크가 왜 부자들의 부를 비판하는 소설을 남겼다는 것일까?
이 소설 고리오 영감을 보면 일말의 힌트가 나타난다.
고리오영감은 혁명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
그는 혁명기 밀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내릴 때 바꾸어 말하면 식량 공급이 대 혼선을 빚을 때
돈을 벌었다.
비밀리에 확보한 물량을 조절하면서 시침 뚝 떼고 비싼 값에 팔아치웠다.
사람이 죽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그는 속을 전혀
드러내지 않고 거대한 부를 만들어내었다.
다른 소설의 주인공은 더 심하다. 살인이라는 범죄를 통해 부자가 된 경우도 있다.
자 발자크는 이런 일들을 왜 소설에 나타냈을까? 엥겔스가 그렇게 찬양하는 사실주의 문학
소설의 아버지의 노작들은 그냥 허구는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사회의 거울이다.
혁명과 전쟁이라는 혼란은 기존의 관념으로 이해못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를 만든다.
여기서 두뇌회전이 빠르고 잇속에 적극적인 인물들이 돈을 거머쥔다.
혁명,전쟁,황제,왕정복고,혁명이 수십년의 짧은 시간에 쉬지 않고 반복된 프랑스는
그렇게 거부가 삽시간에 탄생하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큰 돈은 남들의 안위는 가리지 않는 염치 없는 소위 "부르조아"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한국도 매한가지로 지금의 많은 재벌들의 부의 기초는 6.25 전쟁에서 만들어졌다.
적산불하,밀수 등 다양한 방법을 과감하게 취하면서 시체와 핏물을 뛰어넘어 다닌 이들에게 부는 영광을 선사한다.
그런 역사를 도대체 매경의 주필은 알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요즘 쏟아져나오는 경제민주화 주장을 철없는 소리라고 잠재우고 싶은 눈치로 밖에 안보였다.
그렇다면 제대로 알고 한 마디 해야 하는게 아닌가?
발자크를 알던가, 아니면 역사를 알던가..
둘 다 아닌 것 같아서 꽤나 어이 없는 글읽기가 되어버렸다.
다시 강조하건데
발자크의 주장은 맞다.
"큰부자가 돈을 만들어내는 데는 범죄가 있다"
발자크를 위한 명예회복에 나선다고 나까지 글 정리하는 수고를 한 셈이 되었다.
위대한 문호를 위한 변호에 일조했다고 생각하니 과히 기분 나쁘지는 않다.
독자들께서 힘 보태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