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알렉산드로스, 침략자 혹은 제왕 - BBC 고대 문명 다큐멘터리 시리즈 2
마이클 우드 지음, 남경태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예전에 내가 플루타크에서 읽었던 알렉산더는 테베를 잔혹히 파괴하였고 술취한 상태였지만 한 때 자기의 목숨을 구했던 가장 가까운 부하를 창으로 죽인 것 등 여러가지 잔혹한 면이 있었지만 그래도 부하들에게 존경 받고 철학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인물이라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알렉산더에 대해서 떠오른 이미지는 히틀러였다.
그를 오랫동안 가르쳤던 아리스토텔레스가 별로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점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파괴적인 인물인지는 몰랐다.
헤겔의 <역사철학>을 보면 알렉산더의 페르시아 정복전쟁을 아킬레스의 트로이 전쟁과 함께 비유해놓았다. 승리, 파괴 그리고 문명화로 포장된 약탈 마지막으로 영웅들의 짧은 생까지 모두 일치한다고 정리하였다. 실제 알렉산더 자신도 아킬레스 혹은 헤라클레스의 화신으로 간주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호머의 일리아드를 읽어 보면 아킬레스가 너무 잔혹하고 야만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코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더니 역시 이번 알렉산더에 대한 독서도 그런 결론으로 치닫게 되었다.
가령 페르시아와의 통합 정책으로 실시했던 1만명의 결혼이라는 행사도 피정복민 입장이었던 페르시아 쪽에서는 너무도 괴로운 기억이었다는 것이 이 책에서 확인되었다.
역시 역사는 이긴 쪽뿐만이 아니라 진쪽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BBC의 후원에 의해 긴 정복전쟁의 여정을 세세하게 답사하면서 만든 책이라 가치 있게 느껴지는데 그런 답사가 가능했던 것은 역시 참여한 사람들의 기록이 그만큼 충실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 답사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사료가 부족한 한국의 역사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
그리스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