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영화다.

재벌의 속살이라는 특이한 주제를 색다른 접근으로 풀어갔다.

하기야 박정희의 죽음도 우스꽝 스럽게 만들어 재판까지 가면서 상영금지 되었던 

감독의 전력을 고려하면 재벌쯤이야.

아 그런데 벌써 제작단계에서 돈줄이 말랐다고 한다.

역시 돈의 맛은 썼다.


어 원래 돈의 맛은 달콤해야 하는 것 아닌감?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이신 백회장님께서 한 말씀해주신다.


백)"처음에는 달다가 뒤에가면 쓰다네 젊은이."


"아 그렇군요.

마치 고급 와인 같네요."


"그런데 뒷 맛은 어떻게 묘사할 수 있는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백)모욕이라고 하지.


예?


자세히 알고 싶으면 영화를 봐야지. 개봉한지 얼마 안되는디.


독자를 위해 약간의 부연만 하겠다.


백회장님은 온달 같은 존재다.

온달은 누구 덕에 올라갔나. 평강공주와 한쌍이다.

여자들의 신데렐라 신화의 거꾸로 판이다.

그런 그가 쓰다고 한 돈 맛은 왜일까?


돈은 맛있기에 다들 달려든다.

그렇게 빨리 달려들다보니 문제가 생긴다.

여자들은 외모로, 남자들은 다른 무엇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든다.


영화에서 장자연 사건이 노골적으로 언급된다.

그녀는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외모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 했지만

그럴수록 치러야 하는 대가가 커져갔다.

백회장의 모욕은 이 상황에 대한 묘사였다.


그렇게 돈은 앞의 맛과 뒤의 맛이 다르게 느껴진다


남자들에게는 어떠할 때 모욕이 느껴질까?


전제적인 오너가 지배하는 기업의 이사회를 보면 이해가 될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이 영화가 선보이는 장면들을 통해 읽어 보시는 것도 괜찮은 수단이 될 것이다.


아주 아주 잘 만들었다고 감탄하기는 어려웠지만

늘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는 작가의 노력에 후원금 낸다고 생각하면

억울하지는 않을 듯한 감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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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2-05-29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의 맛'을 '보는' 게 어떤 것인지, 이 영화에서는 그 맛을 어떻게 '보여' 주는지 궁금하네요. 사마천님의 감상평을 읽고 나니 더더욱 (영화) '돈의 맛'을 '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 * *
"봄"의 기이한 우위를 누구보다도 아우구스티누스가 욕망에 대한 해석과 관련하여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본디 눈에 딸린 것이 보는 것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다른 감관으로 무엇을 알려고 할 때에도 "보다"라는 낱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 '들으라, 얼마나 번쩍이는지', '맡으라, 얼마나 빛나는지', '입을 대라, 얼마나 찬란한지', '만져라, 얼마나 눈부신지.' 그러지 않고 이 모든 것을 보라고 말하고 이 모든 것이 보인다고 말한다. 따라서 눈만이 감각할 수 있는 것을 '보라, 얼마나 빛나는지' 할 뿐 아니라, '소리를 들어보라', '냄새를 맡아보라', '맛을 보라', '얼마나 단단한지 만져보라' 하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일체의 감각적 경험을 '눈의 탐욕'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나머지 감관들도, 비슷한 점에서 인식함이 문제가 될 때면 눈이 윗자리를 차지하는 봄의 기능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中에서

사마천 2012-05-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의 깊은 관심 늘 감사드립니다. 스토리텔링의 밀도에서는 그렇게 뛰어나지 못합니다. 색깔을 다르게 해서 보여준 장점이 크고,새로운 도전이기에 격려를 해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영화를 사회적 시각으로 읽기 좋아하거든요.
귀한 참조 글들 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