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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ㅣ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시오노 나나미는 전쟁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빛난다.
저술의 폭이 넓지만 여자 보다는 남자, 특히 성공한 권력자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녀에게 마키아벨리는 친구고 캐사르는 연인이다. 두 사람 다 권력에
있어 남과 다른 통찰을 가졌고 이를 관철해낸 인물이다.
새로운 책 <십자군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야기 꾼으로서의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익히
들어온 이야기를 가지고 작가가 어떻게 풀어 나갈까 궁금했는데 역시 걸작을 탄생시켰다.
그녀의 장기는 싸움 묘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 졌는지에 대해 잘 묘사해낸다. 역사는 위인전이 아니다. 위인도
가만 보면 매우 구체적이고 평범한 문제를 잘 소화해낸 해결사다. 세상 일의 기본은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을
먹이고 사람을 싸우게 만드는 일이다. 십자군 전쟁을 만들어 간 리더들도 이러한 범주에서 볼 수 있다. 멀리 프랑스,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이
바다를 건너 이스라엘 까지 가고 여기서 싸움을 하게 되는 일이 마치 동화처럼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눈에는
충분히 기적으로 보였을 일이다. 100년 정도 지나면 기적이 아니라는 점이 판명 되지만 그건 저자의
책 다음 권의 임무다.
처음 교황과 수도사가 문제를 만들고 다음으로 영주와 기사들이 호응하고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일화가 발생하는 일련의
진행이 한편의 로망으로 풀려나간다. 주인공들은 중세인이다. 현세는
내세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그래서 순례는 일생의 큰 미션이었다.
덕분에 은자 피에르의 호소에 순례자를 나선 많은 이들도 기꺼이 순교자가 되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종교개혁과 세속화를 거친 현대인들의 눈에는
우매와 맹목으로 비쳐질 지 모른다. 하지만 때는 천년전이고 세상은 신의 대리인들의 갈등과 싸움이 벌어진다.
그 세계의 실상을 저자는 잘 묘사해낸다.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교황청,왕궁,뱃길,비잔틴제국
그리고 술탄들의 천막까지 따라가게 된다. 하나 하나의 공간 속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 권력의 비정과 잔혹을 같이 느끼는 그러한 체험 말이다.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1권이 2권
보다 훨씬 뛰어나다. 앞으로의 작품도 계속 기대가 된다. 단
로마인 이야기가 후반부에 흥미가 확 떨어지는 것 같은 우려만 이겨내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