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 1
박하 글, 허영만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1998년 2월
평점 :
품절


허영만의 만화는 뭔가 다르다.

남들 하지 않는 소재들을 다루고 사실성을 가득 담은 표현으로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감동 만큼이나 아쉬움이 많다.

주인공의 독특한 매력에 푹 빠져보았지만 마지막의 결말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너무 치졸하다. 사회로부터 일탈, 그것도 당당한 자유선언을 하던 주인공의 모습은 반대로 제도의 추악함을 여러모로 드러내보인다. 동생친구 돈을 받고도 제대로 변호하지 않는 일류대 나온 변호사, 물신주의에 빠져 성적, 일류대학으로 자녀를 몰아붙이다가 결국 그 자녀가 지하철에서 자살하게 만드는 부모, 약자에게는 무지 강한 법 그러나 엄청 불공평한 권력의 모습.

이런 현실에 대해 과감하게 주먹 하나 휘두르면서 맞서는 주인공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결말은 적어도 너무 아쉽게도 그러한 권력과 제도에 푹 빠져서 복종하면서 끝나고 만다.

이렇게 된데에는 무엇보다 한국 만화의 표현의 자유가 미약하다는 점을 들수 밖에 없다.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 파동에서 볼 수 있듯이 만화에 나오는 치졸한 수준의 검사들이 자신의 잣대로 예술에 대한 아무런 감각없이 칼날을 들이대다보니 결과적으로 일본만화에서 보여주는 수준 높은 사실성이나 다양한 소재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최종 결과는 한국만화 산업의 퇴보고 역으로 일본만화의 범람이다. 무릇 표현의 자유는 어떻게든 쟁취되어야 하고 그것이 곧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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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8-1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 말씀이지만 ,결말은 외압없이 박하작가가 깊이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게 왜 불행한 결말이냐?!"라고 반문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못배우고 가진 것 없는 젊은이가 그렇게라도 살면 다행이라면서요.
그래서 저는 그 씁쓸한 엔딩에 더욱 여운이 남더라구요.
어쨌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_^

사마천 2004-08-1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생츄어리, 은과 금을 보면 주인공들이 단순한 야쿠자나 대금업자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 머리를 쓰며 성장하고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려냅니다. 하지만 허영만씨의 만화는 도입은 있되 거기서 그냥 끝나버리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근래 나온 타짜나 식객은 그런 면에서 훨씬 낫지만 이전의 벽 같은 작품은 더더욱 결말이 허무하고 진행이 단조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