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 21세기 조공은 이자와 배당이다
전병서 지음 / 참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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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 떨어져서 보면 숲이 보인다. 
가깝게는 나무 밖에 못 보았을 터인데.

이 책의 저자는 한때 매우 잘나가던 국내정상급 애널리스트였다.
말 한마디에 해당 기업의 주가를 올리고 내렸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참 애널의 수명은 짧구나 하고 느꼈는데
어느날 보니 중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이 책의 부제 또한 꽤 멋있었다.
"21세기의 조공은 배당과 이자다"

중국과 한국,미국의 관계가 급변하는 시대에
저자가 주려는 메시지는 매우 간명하면서도 명쾌하게 우리 가슴을 찌른다.

책의 장점은 저자가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줄 안다는 데서 나온다.

세밀하게 산업의 이익율의 수치비교 (예: 제조 < 핵심부품 < 브랜드 )
에서 한 산업의 생명주기 등을 꿰뚫고 있고.
각각의 산업이 각 나라에 맞는 이유를 잘 묘사해준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어느 순간에 저임의 적절히 교육받은 노동력을 구하지 못하면
미국 일본처럼 쇠퇴할 것이라는 예언은 그런 세밀함을 기반으로 나온다.

그런 그가 세상을 크게 보면서 거대한 제국들의 싸움을 드러내준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어제 오늘은 아니지만 이제 빼앗으려는 자와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의 노골적 욕망 표출이 마구 나온다.
그 싸움터에서 우리가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시킨다.

참고로 그가 지적하는 한국 펀드사들의 해외펀드 개발은 일정의 사기였다고 한다.
겉포장만 잔뜩 멋있게 하고 실제로는 해외운용사의 펀드에 슬쩍 곁다리 붙여놓고
스스로는 별일 안하기 때문에 정말 그 회사가 추락하고 또 한국과의 환율 변화가 생길때
아무것도 대처를 못했다고 한다.

이러니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같이 망가지게 된다.
정말 해외투자를 하려면 맡기는 돈의 1% 정도는 정보비로 쓰라고 한다.
책사보고,전문가만나보는 건 기본이고 잘 되려면 직접 가보라고 한다.

정말 많이 많이 와닿는 말이었다.

그래서 근간에 읽은 우리 나라 사람이 지은 투자관련 책 중에는 가장 훌륭하다고 꼽았다.

주변에도 정말 많이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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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12-03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저자를 1991년에 처음 알았는데(비록 다루는 업종도 달랐고 소속회사도 달랐지만, 같은 업계에서 같은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우연히 알게 됨),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시절에 뵙고는 더이상 못 만나본 것 같습니다.

이 책에 대해 추천글을 쓴 분들도 거의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어서 흥미로운데, 그 분들의 추천사에 담긴 내용대로 [같은 금융업계에서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수요자로 나는 저자의 보고서를 늘 탐독하곤 했다.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가득한 그의 보고서는 기관투자가들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언제나 최고의 보고서였다.]는 평가를 받고도 남을 만한 분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어떤 업계나 마찬가지겠지만 증권업계 역시 겉만 번지르르한 '얼치기 전문가'들이나 '함량 미달'의 전문가들도 많고 실력에 걸맞지 않게 너무 과대포장된 인물들도 넘쳐나는 게 사실입니다만(그들의 특징이 대개 그러하듯이, 얄팍한 지식, 좁은 시야와 자잘한 테크닉 등을 통해 일시적으로 명성을 얻은 이후 '윤기나는 포장기술과 언론계등 주변인물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약삭빠른 행동방식' 등을 결합하여 실력에 맞지 않게 언론에 너무 과잉노출되는 공통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 분을 포함한 극소수의 인물들은 분명 그들과는 격을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전도유망한 전문가들조차 대부분 국내 최고 증권사의 리서치헤드 수준의 경력을 끝으로 조로현상을 보이거나 시들해지기 마련인데, 이 분은 그 뒤로 다시 학구열에 불타올라 아침,저녁으로 중국어를 배우며 칭화대 대학원을 다닌다는 소식을 오래 전에 들었었는데 알고 보니 지금도 계속 '공부중'이더군요. [중국의 양자강 남쪽과 북쪽의 최고 명문대인 칭화대학과 푸단대학 두 군데 모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푸단대와 베이징사범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저자에 대해 소개된 여러가지 숱한 경력 가운데 개인적으로 저와 겹치는 게 '딱 하나' 있어서 흠칫했는데[1999년 ‘한국증시를 움직이는 FM, 애널리스트 111인’(조선일보)에 선정됐고......], 중국금융에 관한 국내최고의 전문가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저자의 이력, 책 소개글, 사마천님의 리뷰글 등을 읽어보니 저도 어서빨리 읽어보고 난 뒤에 제 주위분들께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군요.

사마천 2010-12-0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렌님, 리뷰보다 긴 댓글을 달아주시니 영광입니다. ^^
전병서님을 직접 아신다니 더 반갑습니다.
저도 애널리스트 하시는 분들의 조로 현상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잠시 떴다가 어느새 사라지더군요. 매리 미커,앤디 시에 처럼 오랫동안 귀에 익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마지막은 센터장이라는 타이틀로 장세 예측하다가 틀리면 사라지는..
그런 점에서 전병서님의 선택은 매우 훌륭해보입니다.
지혜를 활용해 먹고 살 수 있는게 금융이다.한국의 발전경험을 잘 응용하면 중국을 기회로 또 다른 인생을 살 수 있다 는 저자의 지론에 많은 시사점이 녹아 있습니다.

읽고 나시면 또 더 좋은 글로 알려주십시요. 저도 책을 빌렸다가 일부 읽어보고 바로 주문을 냈습니다. 이 책은 줄쳐가면서 읽어가야 할 것 같아서.. 그리고 지금 줄 치면서 계속 생각정리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oren 2010-12-0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이 너무 길어 죄송스러웠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천재 이코노미스트로 명망높은 앤디 시에氏와는 미팅도 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기 직전에 회사 사무실로 '잠깐' 모셨기 때문에 '긴 대화'를 나누지 못한 게 참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메모를 뒤져보니 그 때가 2001년 7월4일이었네요.

한 지붕(모건 스탠리) 밑에서 일했던 스티븐 로치가 방한했을 때도 가봤는데, 이 두 거물이 '환율 문제'로 격렬한 논쟁을 벌인 일도 문득 기억나는데 이게 벌써 까마득한(7년 전) 과거의 얘기네요.

http://news.mt.co.kr/mtview.php?no=2003092413421871032&type=1

위의 신문기사에 담긴 엔디 시에의 주장은 요즘 한창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스-베르너 진(독일 뮌헨대 경제학 교수)의 주장과 닮은 것 같기도 하네요.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0/11/26/2010112601106.html

사마천 2010-12-0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에,로치 두 분다 미팅을 해보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지금도 그 분들 혜안이 놀랍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매경에서 스페인 등 유럽위기 나라를 기자
가 방문해서 해설기사를 냈습니다.
정말 수준 이하라 읽어주면서 화가 나더군요. 한국의 대표 언론이라고 자부하는 신문사 수준이 이거밖에 안되나.
시에가 이야기하듯이 인구구조, 산업구조 이런 부분에 대한 깊은 이해, 대표기업들의 경쟁력 이런 것들이 머리에 기본으로 깔리지 않으니 그냥 상가가 썰렁하다 수준의 르뽀밖에 안 나옵니다.
전문가가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전문가가 되려는 노력을 제대로 인정안하다보니 나오는 현상이겠죠.

오렌님의 앞으로의 리뷰들이 더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