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발견 -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사이에서 제자리 찾기
이우광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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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그럼 일본을 제대로 아느냐고 물으면 안다고들 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문 것도 한국이다.

이런 태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사회생활을 해나가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고 지금은 최대한 힘 닿는대로 일본을 알자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일본을 보면 배울 것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이 보인다.

잘 하는 것은 배우면 되고 잘 못하는 건 최대한 피해가야 한다.

먼저 잘하는 것부터 꼽으면 기초기술과 장인정신인데 그 뿌리를 따져보면 노벨상 수상자가 이공계만 13명이나 된다고 한다. 나도 잘 몰랐던 수치인데 정말 많다.

잘 하는 기업으로는 유니클로와 세븐일레븐이 꼽혔다.

유니클로는 저가 의류시장에 패션의 개념을 접목시켜 새롭게 브랜딩해 낸 솜씨 있는 기업이다. 남들 돌아보지 않는 레드오션에서 멋지게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만들어냈다.

세븐일레븐을 보면서 놀란 점은 편의점 알바라도 3개월만 하면 경영학을 알 수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경영자다. 88만원 세대 논란에서 보듯 젊은이들이 시간을 저임금의 돈벌이에 이용당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 편의점 공간에서의 시간이라도 잘 활용하면 경영학의 실전 연구로 쓸 수 있다고 하니 재미있게 보게 된다.

반면 못 하는 기업들도 매우 많다.

가장 비참한 기업은 JAL이다. 관료들의 낙하산 인사, 나눠먹기 등으로 적자가 누적되다가 거대한 파산을 겪게 되었다. 미국의 GM과 유사한 모델인데 too big to fall 정신으로 각 구성원이 나눠먹기에 열중한 결과다. 미국의 대형항공사와 유사하게 이곳도 노조가 분야별로 세분화 되어 나눠져 있고 절대로 양보 안한다고 한다. 이 책말고도 하얀거탑의 저자가 쓴 <지지않는 태양>에 잘 나와 있다.

대표적으로 부진한 업종은 IT. 소니를 비롯해 일본의 여러 기업들 모두가 급속한 후진화를 겪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간명하게 살펴보면 잘하고 열심히 한다고 수직적으로 내려가 보지만 그 일이 고객에게 주는 가치는 줄어든다. 품질 과잉에 고비용을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수평적으로 넓게 보면서 고객 가치를 발견 한 기업들이 더 잘된다. 대표적으로는 애플이고 일본내에서 찾으면 닌텐도다.

이들 기업이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워 하는 상대는 삼성이다. 미국이야 시장 특성이 다르다고 해도 자신들에게 와서 기술 구걸하던 삼성이 어느새 저렇게 커 버린 점은 놀랄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삼성을 제대로 본격적으로 벤치마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왜 일본은 한국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몇가지 힌트를 얻었다. 대표적인 깨달음은 일본사람이 생각하는 신뢰가 한국사람이 생각하는 신뢰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했다. 더 오랜 시간 투자해야만 신뢰가 만들어지니 기업의 네트웍이 종횡으로 자유롭게 연결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아무래도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참고로 일본에 들어갈 때 가장 기분 나쁜 건 나에게 지문을 찍으라고 요구하는 점이다. 이는 나가사키의 데지마를 가보았을 때도 똑 같이 느껴졌다.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여실히 나타나는 공간이었다.

가장 나를 놀랍게 했던 내용은 하류화에 대한 분석이었다.

일본에서 하류사회가 꽤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이 비정규화 등으로 고용의 질을 떨어트린 점이다. 반작용으로 청년들 또한 꿈을 잃어버리면서 왜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하는지 묻게 되었고 프리타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88만원 세대 논란과 너무나 유사해서 정신이 퍼뜩 났다.

여러 번 읽으면서 따라하지 말아야지 따라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이미 한국에서도 강력한 흐름이 되어버렸다.

그 근본에는 유니클로 등 유통만 잘 된다는 문제가 있다.

유통이 강한 나라가 영국인데 결국 제조업의 이익을 깍아내리다보니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고 한다.

이 점은 한국기업도 잘 유념해야 하는데 협력사의 교육예산을 털어먹으면서 자신만 이익을 높여가는 대기업들이 있다. 덕분에 해당 분야는 초토화되어 버리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이 전무한 상태로 되어버렸다. 자기 가게에 피자 내놓는다고 트위터로 자랑하는 총수가 현명한 사람인지 솔직히 의문이다. 그럴 정성으로 중국 시장을 제대로 개척하려고 뛰어야 하는게 아닌지.

대기업이 어려운 세계시장에서 힘을 쏟지 않고 주변의 약한 협력사나 노동자를 착취하면서 이익 올리려는 현상은 매우 위험하다. 자신의 순간 이익을 위해 사회 전체의 미래를 갉아먹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MB가 이야기한 상생을 보다 구체화시키고 포괄적으로 이해하면서 제대로 개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이곳저곳에는 좋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망가, 시마과장이 드디어 사장이 되었다는 소식도 있고 친절하게 그 해설을 해주었는데 배울점이 많았다.

다 망해가는 학교의 경영을 맡아 되살려낸 경영자의 이야기도 느끼게 해주는 점이 많았다. 여자 나이 28세에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지를 알게 해주자는게 그녀의 전략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문화를 보면 스모,게이샤,온천 등에서 넓게는 기업,CEO까지 잘 포괄해내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을 하게 된다. 역시 SERI는 남 다른 기업이고 이곳에서 정년을 맞도록 30년 가까이 한 분야에 천착하신 작가의 정진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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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10-28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우리가 일본을 답습하는게 아닌가 하는,,,저도 이 책 읽어 보고 싶네요,,,덕분에 좋은 책을 알게 되었어요~.^^

사마천 2010-10-29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꽤 노력이 들어간 책입니다. 저자분 통찰력도 포함해서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