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스트리트 : 머니 네버 슬립스 -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올리버 스톤은 사회적 주제를 다룬 작품에 무척 강했다.
베트남 전쟁의 플래툰이나 7월4일 생이 준 여파는 매우 컸고 케네디 암살을 다룬 JFK는 새로운 역사 인식을 만들어냈다.
그가 선구적 안목을 보여준 작품 하나가 <월스트리트 1>이었다. 당시 월가에서는 새로운 기법이 도입 되었는데 시중의 자금을 긁어 모아 기업을 사고 이를 다시 잘게 분해해서 팔아버리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정크 본드, 레버리지 바이 아웃 등의 개념은 적은 밑천으로 대박을 거뭐지는 월가의 젊은 스타들을 만들어냈다.
빛이 있다면 그늘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이들은 더 많은 성과를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다 뉴욕 검찰에서 이들의 혐의를 포착했고 잡혀들어가는데 마침 함정수사 기법이 쓰인다.
여기까지가 월스트리트 1의 주요 배경이었는데 스톤은 이들이 잡혀 들어 간 직후에 영화를 개봉하는 선구적 안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월가에는 새로운 태풍이 몰아쳐온다.
그린스펀의 장기집권이 말기에 이르자 시장은 마이더스라는 신화적 개념으로 그의 능력을 칭송한다. 인간이 신에 비유되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그들은 갖지 못했다.
자신들에게 내려진 만능통치의 처방이 실은 통증을 완화해주는 모르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아직 현명함이 부족했었다.
월가 인사들은 파티에 모여서 누가 더 젊은 여친을 데려올 수 있고 또 그들에게 얼마나 더 현란한 보석을 안겨주었는지 비교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그런 호사의 뒷돈을 대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막대한 보너스를 받아야만 했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들이 아이비리그 출신의 특별한 신분이고 자신의 일은 무척이나 특별하다는 점을 그들은 늘 강조했다.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중요한 순간에 보여주는 행위들은 통찰 보다는 고객에게 그냥 기다려라 이 폭풍은 금방 지나갈 것이다라는 식의 상투적 멘트 이상이 되지 못했다.
실은 이들이 하는 행위의 상당부분이 브러커리지, 일종의 복덕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복덕방은 매매를 일으켜야 돈을 번다. 그러니 양쪽에 서로 다른 논리의 말을 하면서도 자신은 별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에게 자신만이 진리를 알고 있고 예언을 할 줄 안다고 행세한다. 틀리면 어쩌냐지만 예언의 반은 맞았고 이미 돈은 벌었는데 그 정도야 뭘.

그런 잘난 월가의 핵심들이 모인 회의장의 분위기가 오늘은 매우 심각하다.
엄청난 규모의 돈을 정부가 투입해야만 자신들이 살아난다는 뻔뻔한 이야기다. 이들의 배짱은 오직 자신들이 너무나 커서 만약이라도 망하게 하면 정부와 국민경제가 몽땅 날라갈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에 잘 나타난다.
무척 황당하고 분노까지 치밀어 오르게 하지만 이는 맞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이 무너질 듯 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국의 증권시장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금융시장이 다 무너질 뻔했다. 비록 어제 같지만 2008년 말은 수많은 개미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날이었다. 당시 정부의 주요 관계자들이 연일 TV에 나와서 문제 없다 잘 극복될 수 있다고 반복했던 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증권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문제 없다고 외칠 때에는 실은 정말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들이 모인 자리에서 오늘은 자신들의 생사와 전세계 금융시장의 생사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들의 테이블에 1997년에는 한국경제의 존폐가 논의 된 적이 있다. 당시 월가 은행들은 수시로 들어오는 중남미 나라들과 동남아 나라들의 생사 여부를 결정했었다. 그리고 그 막바지에 한국이 넘어 오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월가 투자은행들이나 투기자본들이 자유화라는 미명하에 자본을 몰고 여러 나라들을 휘젓고 다녔다. 국경을 넘어 온 돈은 금리가 무척 쌌다. 처음으로 싼 돈을 맛보았던 많은 자본가들이 마구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국제금융자본이 태도를 바꿔 회수를 시작하자 겉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려갔다. 덕분에 각국의 은행들도 이 사태를 막지 못했고 결국 나라 경제가 통째로 월가에 넘어와 이 심판대에서 살리냐 죽느냐의 판정을 받게 된것이다.

당시 월가 은행들은 한국에 연 9%대에 가까운 고금리를 물리는데 더구나 중간 반환도 안된다는 처참한 조건을 제시했었다. 다행히 그 꼴은 면했지만 그들이 입에 달고 말하던 모럴 해저드가 이제 다시 이 영화 속에 나타났다는 점은 정말 만감을 교차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자신이 하면 연애, 남이 하면 불륜이네요.

이들의 부도덕 한 행위를 좀 더 고상하게 영어로 표현하면 모럴해저드라는 단어가 된다.
누군가 이 개념을 쉽게 설명해주세요 하고 누군가 이야기하자 고든 게코는 아주 간명하게 도와준다.
누군가 당신의 돈을 가져가버렸는데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겁니다.
그럼 누가 나의 돈을 가져갔단 말인가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게코는 부연을 해준다.
바로 당신 젊은이들. 아쉽지만 이 사태는 당신들의 세대들에게 파멸적인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Job, income, asset 모두가 없는 불쌍한 세대로 만든 것입니다.

영화속 젊은이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2008년 중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 상황을 알게되어 상황을 반전시켜보려고 오바마를 당선시켰지만 2010년 지금도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한세대가 퍼질러 놓은 잔치의 뒤끝의 결과물로 남겨진 청구서는 그 다음 세대에게 슬쩍 미뤄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발행한 막대한 채권의 담보는 다음 세대로 자연히 넘어가기 마련이다.
또한 기업들이 일제히 비상조치를 취하게 되자 젊은이들의 취업은 막혀버렸다.
아무리 애써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암담한 모습에는 한국의 88만원 세대의 고통이 고스란히 오버랩 되어 보인다.

또 잊지 말아야 할 영화 속 내용도 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이다.
당시 리먼 브라더스가 망하기 직전 한국의 잘난 산업은행이 이를 인수하려고 했다. 왠 폭탄.
자칫하면 한국경제가 고스란히 결단나고 월가의 잘난 매니저들의 고액연봉이 만들어낸 거대한 부채를 우리 세금으로 메꿀 뻔 했네요.
론스타에게 깜빡 속아 값싸게 외환은행 넘겼던 국내금융관료들 왠 걸 이번에는 정말 나라를 통째통 거덜낼뻔했구나.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게코가 한국인들에게 당신들 세대 몽땅 거덜났군요라고 말했을 것을.
정말 그렇게 하지 않게 된 게 정말이지 다행이다.

영화가 길고 내용이 전문적이라 지루함을 느낀 분들도 많지만 하나 하나 곱씹어 보면 배울점 느낄점도 적지 않다.

더 많은 이야기는 영화를 보신 분들이 많아진 다음에 이어서 하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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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0-10-27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가 요즘 극장에서 상영되는 모양이군요.
다소 긴(?) 내용의 영화 리뷰지만 아주 흥미롭게(그리고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조선일보에선가 매일경제에선가 '애널리스트가 쓴 영화평'에서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읽었답니다. 대우증권의 某 애널리스트가 썼는데, 직업이 직업이니만큼 무척이나 매끄럽게 쓴 글이더라구요.

[고은 시인이 쓴 `순간의 꽃`이란 제목의 짧은 시가 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 영화를 본 후 문득 이 시를 떠올리게 된 것은 탐욕의 절정을 향한 오르막길에 도취된 현대인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영화는 꼭 봐야겠군요.(그러고 보니 최근까지도 -뭐가 그리 바빴는지는 몰라도- 영화관에서 어떤 영화가 상영되는지 전혀 모르고 지내왔다 싶군요.)

사마천 2010-10-27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감사드립니다.
정확하게는 영화를 보기전에 소개 자료에 가깝습니다.
영화가 개봉된지 얼마 안되었는데 국내 관객들 큰 호응을 얻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연관성 몇개를 강조했습니다. 참 스톤 감독 부인도 한국인이죠. 소로스도..
앞으로 리뷰 한편을 더 적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많은 격려 감사합니다 ^^

라로 2010-10-27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호응이 별로라 저도 참 아쉬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리뷰를 올려주시니 기뻐요~.^^
다음에 이어서 하실 것도 기대하겠습니다.^^

사마천 2010-10-27 22:45   좋아요 0 | URL
ㅎㅎ 관심 감사합니다.
다음 리뷰를 빨리 써야겠네요.
격려를 힘삼아서 오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