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보면
만드는 건 오래 걸리지만 부수는 건 짧은 기간에 작은 계기로도 가능하다.
최근 남북관계를 보더라도 오랜 시간 여러 사람의 공을 들여서
만든 성과물들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려간다.
관광객 죽여 놓고 아무 사과 하지 않는 북한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지만 삐라 정도는 막는 성의를 보여주는 쪽이 좋지 않았나 생각된다.
정부는 최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글 하나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중의 흘러 다니는 말에 정부관계자가 이렇게까지 반응하는 일은 보기 어려웠다.
안기부까지 동원되어 신원파악 등 여러 가지 경고를 하니 게시판은 잠잠해졌다.
북한이 삐라에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을 보면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자신들에게 치명적이 될 수도 있다 느끼는 것 같다.
이런 종이 쪽지 한 장이 뭐냐고 보내는 걸 방관하는 사람도 있지만
최근 미네르바가 인터넷 올린 글에 호들갑 떠는 정부태도와도 비교해보라.
또 북한에 보내는 삐라에 담긴 내용 중에는 자유민주주의가 공산주의에 비해 월등히 우위에 있다는 점을 많이 강조한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중 하나가 언로의 자유 보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사회의 어려움 중 하나는 내세우는 주장과 하는 행동에서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모순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나온다.
차인표 주연의 탈북자를 다룬 영화 <크로싱>을 보면 비참한 현실에 눈을 적시지 않기 어렵다.
이 부분은 정서, 감동의 영역이다.
다시 이 문제는 영화를 보고 삐라를 보내는 탈북자의 편을 드는 쪽이 좋은가, 아니면 대북식량지원을 하고 개성공단을 만드는 햇볕을 지속하는 쪽이 좋은가를 선택하는 전략과 전술의 영역의 일이 되어 버린다.
어렵고 바쁠수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깊게 생각하고 역사에서 배우는 일이 중요한데 그 무엇보다 자신이 진리를 모두 안 다는 식으로 교만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