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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물원에 가기
보통씨는 그의 유려한 문장을 통해 우리 주변의 여러 보통의 공간을 색다르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사람이 오가는 공항에서 출발을 일종의 비상으로 여기게 하며 처음 하늘을 날고자 했던 사람들이 부딪혔던 여러 어려움 그리고 직접 하늘을 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 가졌던 쾌감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 쾌감을 요즘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아쉬워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덧붙여준다.
그런 시각으로 우리 주변을 보면서 지하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다. 원래 시속 60KM 정도도 45년 이전에는 매우 빠른 속도였다. 우리에게는 느릿느릿하게만 느껴지지만.
그 지하철로 서울을 오가다 보면 여러 가지 특색을 느끼게 한다.
외국인들이라면 먼저 한강이라는 공간이 무척 크고 아름답다는 점에 놀란다. 프랑크푸르트나 런던, 파리를 가로지르는 강들은 그렇게 크지 못하다. 넓은 강은 곧 풍부한 수자원을 보유할 수 있게 해준다. 유럽 여행을 가면 비싼 돈 내고 사서 마셔야 하는 물에 놀라지만 사실은 반대다.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다는 점에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한강의 다리들이 서로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일 수도 있다. 백남준이 처음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에게 이 사실을 설명해준 지인은 그 의도가 바로 중동의 바이어들에게 한국의 건축기술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럴 듯 하지 않은가?
어쨌든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도 청담역이나 잠실역 등 다리를 지날 가 되면 지친 몸을 흔들어 창밖의 강물과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1000원 정도의 돈으로도 우리를 여행 하는 기분으로 빠져들게 해주는 문명의 이기에 감사해야 할 것 같다.
다리를 넘게 되면 우리는 다시 지하로 뿍 빠져들게 된다. 시커먼 공간이 계속 반복되면서 무미한 여행은 계속된다.
이런 무미함을 극복하기 위해 가끔은 그 길을 다른 교통수단을 활용해 넘어가 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버스 혹은 택시 아니면 자가용 등 다른 수단을 통해 지나가면서 풍경을 한번 담아보자. 아 이역의 출구로 나오면 이런 공간이 있고 이런 사람들이 오가는 구나 하는 인상을 말이다. 그리고 대다수 삶 속에서 오고 가는 과정에서 예전에 지상에서 머리에 담았던 인상을 다시 떠올려보면 한결 움직임이 다채로워 질 것이다. 그 공간에 추억을 덧붙여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누군가와 만나서 맛 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면 더욱 공간의 지남은 이제 추억 되살리기 여행이 된다.
서울을 보다 재미있게 알기 위해서는 해설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최준식의 Soul in Seoul을 비롯해 서울기행 시리즈 등이 괜찮고 골목이 있는 서울 문화가 있는 서울 라는 책도 괜찮다. 다양한 길거리들을 하나의 여행공간으로 만들어주는 책이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행위들을 여행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세대, 성별, 직업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닮음을 추구한다. 하지만 닮음이란 일상화를 만들어내고 그 결과 우리는 신선함을 잃어버리게 마련이다.
새로움으로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계의 새로움이 매우 중요하다.
한번쯤은 색다른 잡지를 들어보자. 광고도 다르고 주제도 다르고 구성도 다르다. 아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관심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할일은 많고 세상은 넓은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다고 느껴질 것이다.
보다 많은 일을 제한된 시간 안에 끼여 넣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리고 세상을 보다 새롭게 느낄수록 더불어 나는 매일 매일 신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