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위기 - 중류층이 끝장난다
오마에 겐이치 지음, 지희정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부의 위기>

이렇게만 제목을 달면 혼동이 생긴다.
부제를 보면 중산층이라는 특정 계층이 무너져 내려간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위기 속에서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였다.

오마에 겐이치는 실제 도쿄도 지사까지 출마해본 경험에 의해 꽤 논리적으로 일본의 앞날에 대해 논파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내어 놓았다.

일본의 특징 중 하나가 사장과 사원의 급여차이가 작고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 받는 총중류라는 점이었다. 이를 장점으로 강조하면서 어떠한 위기도 함께 극복해가는 단합력이 있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최근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최강전설 쿠로사와> 같은 만화를 보아도 중류는 급속히 파열되고 있다. 이제 적당히 살아서는 라이브도어와 같은 신생 벤처 기업가들에 의해 소외감을 다른 한편으로는 중도퇴진 압박속에서 쓸쓸히 뒷골목으로 밀려나가게 된다. 더해서 황혼이혼까지 생각하면 완전히 암울 그 자체다.

오마에 겐이치가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위기 그 자체는 아니다. 그보다 먼저 사고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연 6000만원의 소득이 작다고 하면 이는 타국의 많은 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황당한 소리가 될 것 같다. 그럼 이렇게 작지 않은 수입으로 왜 우리는 불평불만 늘어 놓으며 살 수 밖에 없는가?

가장 큰 이유는 왜곡된 규제에 의해 실제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매우 좁게 줄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쇠고기 하나만 들고 보아도 와규라고 불리는 일본식 고급 소고기가 사실은 지방덩어리로 웰빙의 적이라는 것 하지만 여기에 목숨을 걸고 거금을 쏟아붇도록 잘못된 소비자 의식이 만들어졌다는 점.
주택 하나만 해도 멀리 캐나다,호주에서 통나무집 지어서 통채로 가져와도 지금보다 훨씬 싸게 더 좋게 살 수 있는데 이를 막는 것은 규제라는 것.

쌀도 마찬가지고 기타 고쳐야 할 점이 하나 둘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대하게 지불하는 세금과 사회보장 비용이 실제로는 별로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우정민영화라는 거대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온 사건을 놓고도 바람직한 해결책은 민영화가 아니라 수명을 다한 공기업의 폐지라는 쪽으로 몰아간다. 즉 부분을 개선하는 효율이 아니라 아예 근본적인 효과에 대해 개선책을 찾으라는 식이다.
거기에 더해서 팁으로 제공하는 지역밀착형 서비스는 공평무사하게 제공하도록 하고 보다 큰 범위에 대해서는 민간이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라는 아이디어도 꽤 좋게 들린다. 하긴 최근에 한국에서는 서로 다른 회사에 주문해도 같은 택배직원이 오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규제에 의해 국내를 오가는 우편 요금이 해외에서 날아오는 것보다 더 비싸게 되었다. 덕분에 정보처리를 통해 해외에서 DM 으로 우편물을 발송하는 쪽이 싸게 된다. 이를 규제하려는 우편당국과 기업들의 숨박꼭질이 이어진다.

우편 말고도 문제는 많다. 특히 국내여행과 관련해서 항공,철도 등 요금이 비싸다.
덕분에 각지에 건설한 테마파크가 망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나가사끼에 가 하우스텐보로라는 가짜 네덜란드를 보느니 차라리 국가간 경쟁으로 싸져버린 국제선을 타고 실제 네덜란드에 간다.

일본 싫어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웃지만 조금 비틀어보면 한국의 교육이 보이지 않는가?
일본과 한국은 기분 나쁜 구석에서도 서로 닮은 점들이 많다.

하여간 이런식의 불필요한 각종 규제를 쭉 없애가다보면 공무원이 아예 1/10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금 적은 나라. 세금을 줄여 소비를 활성화하자. 이런식의 구호는 언젠가 들었던 레퍼토리인 것 같다. 아마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그런데 경기는 활성화하고 부담은 줄이자 그러려고 하면 결국 처방은 세금을 줄이고 그 필요가 되는 정부의 일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된다.

아마 한국에서의 다음 선거의 구호는 먹고 사는 문제가 될 것이고 그 핵심에는 세금이 놓일 것이다.
반값 아파트가 하나의 화두를 던졌듯이 세금을 반으로 줄이자는 구호라면 아마 대선을 충분히 휩쓸수 있을 폭탄이 되지 않을까? 정책 아이디어는 많고 중요한 것은 실천할 수 있는 의지다.

그러면 어떻게 세금이 반으로 줄어들 수 있을까? 답은 아웃소싱에 있다. 정부가 해오던 일을 더 이상 굳이 정부가 계속 하려고 하지 마라. 주민등록 등본 떼는 것부터 인터넷으로 각자 떼어가는 식의 전산화시키지 말고 아예 인증서 통해서 해당기관에 바로 전자적으로 송부하도록 만들어라.
세계에서 드물게 막강하게 갖추어진 인증 인프라는 충분히 이와 같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든다.
민방위 훈련을 사람 불러다 놓고 구청장 선거운동 시키는 한심한 짓거리는 그만해라. 강남구가 인터넷으로 듣게 해준 것은 많이 좋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해결책은 아예 없애라는 것이다.

이렇게 정말 정부가 해야만 할 일을 찾아보면 몇가지 남지 않을 것이다. 나머지 기관들 중에서도 각종 독점으로 자신의 우위를 누리는 조직은 과감히 규제를 없애거나 민간에 넘기는 것이 답이다.
통신,방송 영역 하나만 살펴보아도 얼마나 많은 독점의 잔재가 많이 있는지 놀랄 정도다. 얼마전 잡지 하나가 만들어 놓은 신이 내린 직장 20이라는 기획을 보았다. 한편으로는 부럽다고 느낄수도 있지만 그런 직장이 부러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괴이한 현상이다. 그 직장 구성원 대부분이 누리는 효과는 독점에 의해서 만들어진 과잉 소득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그러한 기업들의 노사 단체협상에는 꼬박꼬박 아이들에게 직장 물려주기가 들어간다. 이게 과연 재벌들의 2세 물려주기 보다 한치라도 더 도덕적인 면이 있을까?

사회의 부는 내부적으로 서로 교환가능한 가치가 존재하고 외부적 특히 국제적으로 교환할 때의 가치가 존재한다. 부동산 폭등, 토지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소득 증가 등 내부적인 부담을 늘려간다면 결국은 외부와의 교환을 위한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결국 수출에 기반을 둔 한국경제 구성원 모두의 무너짐을 가져올 따름이다.

일본을 놓고 이야기하다보니 결국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그런데 아직 한국에는 오마에 겐이치처럼 솔직히 그리고 현실적으로 절박성을 논하는 이야기가 적다. 기껏해야 노무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수준에서 머무는 담론구조가 유치한 것 같아서 서글프게 느껴질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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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 2007-03-04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식이 탄로나지만 순간의 쪽팔림을 참는 게 무식한 채로 있는 거 보다 낫다라는 말에서 용기를 얻습니다. 강남구가 뭘 인터넷으로 듣게 해 줬나요?

사마천 2007-03-04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방위 훈련입니다. 덕분에 집에서 적당히 엔터 치면 넘어가게 되더군요 ^^

심술 2007-03-04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선입관이 이럽게 무섭습니다. 바로 코 앞에 적혀 있는데도 민방위 훈련은 '가는' 거라는 생각만 했지 '듣는' 걸 수도 있다는 걸 미처 생각지 못했어요.

사마천 2007-03-04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셨어요. 저도 필법을 조금 손보아야겠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책 괜찮고 참조할 내용도 제법 됩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심술 2007-03-04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네요. 위에 쓴 글 이럽게는 이렇게의 오탑니다.

심술 2007-03-0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는'도 뭔가 이상해서 곰곰 생각해 봤는데 맘에 드는 낱말이 드디어 생각났습니다. 바늘 하면 실이 생각나듯이 '민방위 훈련'은 '받는'과 가장 궁합이 잘 맞는 듯 합니다.

2007-03-04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마천 2007-03-0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저는 한국의 세금 제도의 문제가 월급쟁이들이 너무 많이 낸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급여생활자들의 불만이 거의 목에 찼죠. 특히 연금과 의료보험 놓고서... 아마 그쪽을 타깃하면 꽤 반향이 클 것 같습니다. 선거팀들이 움직이고 있겠죠. 하여간 이 책의 주장은 세금을 적게 걷어도 알차게 쓰면 서비스 질은 올라간다는 내용입니다 ^^

sayonara 2007-03-2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에 겐이치, 진지한 학자들은 쇼맨(?)이라고 비웃는다지만 역시 이번에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군요. 리뷰도 그렇구요. 나중에 땡스 투 날리겠슴다.
.
근데 이렇게 좋은 리뷰에 추천이 없다니. 한방. 꾸우~ㄱ.-사마천무추천방지위원회일동

사마천 2007-03-2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유 감사합니다. 책은 아주 깊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고방식과 테마를 이해하는데 괜찮은 것 같습니다. 매킨지가 어떤 식으로 국가경영에 접근하는가 알게 도와줍니다. IMF 직후에 실제 매킨지가 한국 위정자들 위협 많이 했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