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이 있는 서울 문화가 있는 서울
이동미 지음 / 경향신문사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모두들 화려한 여행을 꿈꾼다. 멀리 파리로 뉴욕으로 날아서 보고 싶었던 공간들을 만끽하고
맛과 멋을 즐기다 돌아오는 그런 여행 말이다.
그 여행을 꿈꾸며 우리는 오늘 책도 보고 미술관 공부도 하고 열심히 준비하며 하루하루의
피로를 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평생 그런 여행을 몇번이나 할 수 있을까?
대략 소요자금을 계산해보면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것이고 금방 의기소침에 빠진다.

얼마전 읽은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을 기술>은 꽤 인상적인 책이었다.
이곳저곳 다니며 여행에 대한 안목을 넓혀주다가 마지막에 나온 여행에 대한 부분은 자기 방의 여행이었다.
사물을 낯설게 보기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나와 다른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역으로
나의 호기심을 키우는 것이고 내 시야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서울,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공간(지방 사시는 분 죄송)이지만 막상 곳곳을 다녀보지는 않았다.
지리부도상의 지명으로 남고 지하철 타고다니며 역명으로 남고 가끔 신문기사의 부동산가격 나오는
표로 남는 그런 공간이 많다.
하지만 과거 없는 현재가 없듯이 공간 하나하나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서울 곳곳을 보여주려고 한다.
왕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궁터는 당연하지만 흔할 것이기에 그 주변의 양반촌이 남긴 흔적을
찾아 가회동을 보여주고 종로 시장터의 뒷골목인 피맛골의 유래가 양반님들 행차 피해다니던
서민들의 불만을 듣고 숨통을 터준 피마 즉 말피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 우리에게 여러곳에 널린 유명한 장터들의 특색을 보여준다. 남대문 등 유명한 시장에서
황학동 도깨비까지 곳곳을 따라가다보면 사람들의 숨가쁜 움직임이 보여진다.
다음에는 무엇일까 아마 맛집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강남에 놓인 수십억짜리 인테리어를 들인 그런 화려함이 아니더라도 서민적인 맛인
족발과 빈대떡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신당동 떡볶이도 포함되고.

COEX 무역센터 앞을 보면 중국 관광객들이 왁자지껄 하게 다니는 것을 보게 된다.
내게는 일상이던 공간이 그 사람에게는 대단한 여행이 되고 있다.

비행기 타고 멀리 이동해서 시차에 지친 몸을 이끌고 명소를 찾는 것만이 여행의 다가 아니다.
여행의 가장 큰 비용이 이동이라면 내 주변에서 여행거리는 없는 것일까?
우리 주변에서 새로움을 알고 과거를 알고 의미를 찾아가는 것 즉 나의 매일매일의 삶을 여행으로
바꾸어갈 수 있다면 그만한 즐거움이 있을까?

직업상 이곳저곳 회사들을 돌아다니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때 내게 주어지는 즐거움 하나는
바로 공간의 발견이다. 낯선 공간, 지금까지 삶과는 다른 그런 공간 속으로 걸어들어가는데
이 책은 꽤 유익한 정보의 보고였다.

당장 지금 머물고 있는 동대문 부근에서만도 광희동,신당동,성곽길,풍물시장 등
수 많은 새로움을 찾아주고 있다.
하루의 출근길을 보다 가볍게 해주고 점심시간의 짧은 휴식을 여행으로 바꾸어주도록
도와주는 그런 책을 찾아보고 싶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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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2-0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보고 싶은 생각을 늘 해요. 골목길 모퉁이를 돌아가면 무언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예감도 좋구요. 점심시간의 짧은 탐방여행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이겠군요. 좋아보여요^^

사마천 2006-12-03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안녕하세요? 탐방을 하는 자세로 주변을 본다고 하니 좋더군요. 그러기 위해서 먼저 나 자신을 둘러싼 공간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

perky 2007-01-10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매일의 삶을 여행으로 바꾸어갈 수 있다면 그만한 즐거움이 있을까?
참 멋진 말이네요. ^^

사마천 2007-01-10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머리속에서만 맴돌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