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다. 

거래하는 카드사 고객센터라며 전화가 걸려왔다. 상담원은 숨도 안쉬고 상품을 설명하면서, '굉장히 좋은 금융상품이 있으니 가입'하라고 권했다. 

바쁘지 않은 시간이었고, 무례하게 대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전화 끊을 짬이 생기면 얘기하려 했으나 그 짬이 나질 않았다. 설명을 듣던 중 '이거 혹시 보험사와 연계된 상품 아닌가' 하고 문의했으나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나 설명 중에 ***화재를 언급하기에 관심없고 여유가 없어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랬더니 너무 좋은 상품이고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거라며 계속 가입할 것을 권했다. 이때부터 짜증스러워졌다. 전화를 끊을 생각에 다른 데 지출이 많아 조금의 여유도 없다, 곤란하다 했다. 상담원은 '하루에 커피 한잔값이면 된다. 커피 한 잔 값도 없냐'는 말을 했고, 나는 전화 끊겠다는 말과 함께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불쾌했다. 내가 왜 이런 상품 판매 전화를 들어야 하는지,  왜 상품 판매원으로부터 이렇게 모욕적이고 불쾌한 말을 들어야 하는지, 내가 **카드만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왜 그 카드사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까지 강매당해야 하는지....

숨 돌릴 틈도 없이 상품 설명을 하는 상담원의 상황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기존 카드고객을 새로운 잠재적 상품 판매처로 보는 카드사의 태도에서 비롯된 일일 것이다. 항의메일을 작성하려다  혹시라도 상담원에게 어떤 불이익이 발생할까 걱정되어 머뭇거렸다. 


하지만 다시 이런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또 기존 카드사용고객을 새로운 상품판매처로 삼는 카드사에 분명하게 의사를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받은 전화통화 내용과 함께 앞으로 어떠한 금융상품판매 전화도 받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히는 메일을 보냈고, 해당 직원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의 불만사항에 대한 카드사측의 공식적인 사과와 답변을 요청했다. 


다음날 해당 카드사 보험센터 실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향후 다시는 보험관련 상품 판매 전화를 하지 않을 것임을 밝히고, 해당 상담원에게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미 담당실장은 누가 내게 전화했는지 파악한 상태였다. 나는 이 문제가 그 직원의 문제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 개인에게 부당한 가혹한 처벌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담당 실장은 다소 당황하는 듯하더니 그래도 부적절한 말을 한 것에 대한 교육은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수고객이어서 전화를 했다는 말이 우스웠다. 연체없이 꼬박꼬박 카드결제한 것이 각종 보험안내전화를 받게 한 원인이었다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원단이 쌓이고 있습니다.

돈 안 드는 취미는 없겠지만

바느질 하는 사람들은 압니다.

원단 사 모으는 취미가 얼마나 고질병인지.


또 원단 판매하는 사이트들마다 어쩜 그렇게 자주 새 원단을 선보이는지요.

자주 찾는 사이트는 평균 1주에 3번씩 새 원단을 선보입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클릭하려는 마음을 부여잡지요.

그래도 종종 실패하고 맙니다.


2년전에 질렀던 린넨 원단 10마는 아직 9마가 남았습니다.

방콕갔을 때 비명을 지르며 구입했던, 예쁜 코끼리들이 어지럽게 박혀있는 실크원단은 가위질 한 번 댄 적이 없어요.^^;

100주년 기념원단이라며 손을 부들부들 떨며 구입했던 빨강머리앤 원단도 대체로 많이 남은 편이고

(이 원단은 여전히 찾는 이들이 많아 구입가의 2배에 파는 건 일도 아니라는.. 문제는 절대로 팔고 싶지 않다는 것이지요. ^^;)

비좁은 원룸에 빼꼼한 구석이 없을 만큼 자꾸만 원단을 사다 나르는데

이제 그만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대폭 해지코튼원단이 올라오자마자 가슴 쿵쾅거리며 냅다 질렀습니다. --; 10마가 롤에 감겨 온 걸 본 순간, 또 그걸 지고 지하철에 오르면서 결심했어요.

3월 한달은 절대 원단 사지 말 것!!!!!(절대로 안 산다는 말을 절대로 할 수가 없는, 원단중독자의 한계랄까요?) 

하여튼 이번엔 기필코 이불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작년엔 토토로 이불을 만들겠다 작심했으나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그냥 심플하게 이불로. ^^


올겨울 따뜻하게 해줬던 극세사 이불은 곱게 빨아 장농속에 챙겨 넣고

진시장에 들러 이불솜을 사다 상큼한 기분 느낄 수 있게 해보렵니다.

이번엔 꼭 바쁘단 핑계 대신 이렇게 해보려구요.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ch 2012-03-13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단중독자라니, 말의 어감에서 옷의 재료란 느낌이 들지 않고 뭔가 묘한 느낌이 들어요. 전 책이랑 머그컵 수집욕이 큰데요. 정말 꺅꺅거리다 사놓고 먼지만 쌓이고 있어요. 흑^^

rosa 2012-03-13 09:33   좋아요 0 | URL
바느질은 지난 몇 년간 질리지 않고 계속 하고 있는 취미인데요, 처음엔 옷을 만들기 시작했지만 이내 소품 만들기에 꽂혔고, 지금은 만들기보다 원단 사모으는 재미에 꽂힌 거 같아요. 언젠간 만들겠지 그러면서...... 퀼트 관련 까페에 가보면 방 가득 원단 사모으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저야 뭐 새발의 피죠. 그래도 지금껏 사놓은 원단 가격은 장난 아니랍니다. ^^;;
책은 예전보다는 덜 사고 있는데, 사무실 도서관을 제가 관리하면서 읽고 싶은 책을 계속 볼 수 있으니까요.^^ 머그컵은 탐 납니다. 그치만 여기 원룸 찬장이 너무 좁아 지금보다 살림이 더 늘어나면 큰일납니다.^^;;
 

6월 1일~3일, 반핵을 주제로 

영화상영, 초청강연, 감독과의 대화(혹은 활동가와의 대화), 각종 체험 및 전시마당으로 구성됩니다.

세부 프로그램이 확정되는 대로 다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후쿠시마 사태 이후 탈핵을 기치로 전세계가 바뀌어가고 있는데

부산은 온갖 핵 문제의 집산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노후화된 고리 원자력발전소를 옆에 끼고 있는 부산은

2011년말 녹산공단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했고,

얼마전에는 허남식시장이 수출용 신형 원자로를 유치한다고 선언했답니다.


부산은 탈핵, 반핵이 아니라 친핵, 찬핵도시로 만들려는 계획일까요?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신화가 붕괴되고 있는 이때,

부산은 한국에서 가장 불안한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무실은 낡고 허름한 건물에 자리잡았다.

오래된 건물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오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덧붙이는 곳.


지난해 가을부터였나보다.

부쩍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누군가 자꾸만 쓰레기를 갖다 버렸다.

시커먼 비닐봉투에 담겨 여기저기 뒹구는 쓰레기들.

사무실로 들어오는 건물 입구가 지저분하니 외부인 출입이 많은 사무실 식구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처음엔 한 두 개 작은 봉투가 뒹굴었지만 어느날엔 커다란 침대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다. 참지 못하고 결국 무단투기로 신고했고, 구청에서 나와 수거해갔다. 누가 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설날 무렵이었다. 사무실 입구에 이번엔 백화점 선물박스가 놓여 있었다. 

고기세트를 선물받았던 모양이다. 안에 물건은 쏙 빼고 박스채로 뒹굴었다.

살펴보니 택배 송장이 붙어 있어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누군가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젊은 남자였다.

사무실 청소를 마치고 사진을 확인했는데 이름과 전화번호가 분명하지 않았다. 다시 사진을 찍으러 내려 갔을 때, 송장이 찢겨진 걸 확인했다. 쓰레기는 그 자리에서 뒹굴고 송장만 떼간 것이다.

이런 염치 없는 사람 같으니!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화가 났고, 결국 택배회사 송장번호로 추적하여 전화를 걸었다.

남자였다.

왜 남의 사무실 앞에 쓰레기를 버리냐고 했더니, 거기 놔두면 재활용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냔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도 아니고 안에 잡쓰레기를 함께 넣어둔 것이라 청소하시는 분들이 가져갈리 만무하다.

당장 치우라고 얘기했더니 알았단다. 두시간이 지나고 세시간이 지나도 사무실앞에 그대로 버려뒀더라. 결국 문자로 연락했다. 당장 가져가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퇴근하면서 보니 박스포장지만 벗겨가고 스티로폴 박스는 그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2월 말의 일이다.

목요일이었다. 이번엔 어린이 학습지 봉투에 쓰레기가 담겨 버려져 있었다. 

사무실 다른 활동가가 직접 봉투에 붙어있는 연락처로 전화했다. 젊은 여자였다. 아이가 버렸나 하더니 치우라고 말하겠단다.(아이가 남의 집 사무실까지 쓰레기를 들고 와서 버린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그러나 퇴근때까지도 쓰레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설날무렵 쓰레기를 버렸던 남자와 성씨가 동일했다. 가족일까? 그냥 추측만 할 뿐. 결국 다음날 건물 청소하시는 분이 지저분해 안되겠다며 쓰레기를 치우셨다.

토요일, 다시 학습지 봉투에 쓰레기가 담겨진 채 놔뒹굴고 있었다. 구청에 신고해야 겠다 생각하고  사진을 찍은 후 사무실로 가지고 올라왔다. 월요일, 신고했다. 구청에서 나와 쓰레기를 치웠을 뿐 아니라 봉투에 찍힌 전화번호를 가져갔고, 직접 연락해서 조치를 취하겠단다.


한동안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주 월요일 다시 사무실 앞에 쓰레기 봉투 대여섯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다시 구청에 연락했다. 지난달 신고했던 건에 대해서 어떤 조치가 취해진 것인지 문의했다. 자세한 정보가 없이는 확인 불가하다고 하여 정식으로 팩스로 신고사항에 대해 내려진 조치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화요일 오전, 구청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쓰레기 무단 투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정확하지 않다. 쓰레기를 버린 이들이 부부인지 아닌지. 그러나 이 동네 골목 어디에선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동네 사람이 매일같이 남의 집 사무실에 쓰레기를 갖다 버린다. 그리고 이제 주소는 도려낸 쓰레기가 놔뒹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버려진 건 쓰레기가 아니라 그들의 양심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