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은 낡고 허름한 건물에 자리잡았다.

오래된 건물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너무 추워서 오는 사람들마다 한마디씩 덧붙이는 곳.


지난해 가을부터였나보다.

부쩍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에 누군가 자꾸만 쓰레기를 갖다 버렸다.

시커먼 비닐봉투에 담겨 여기저기 뒹구는 쓰레기들.

사무실로 들어오는 건물 입구가 지저분하니 외부인 출입이 많은 사무실 식구들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건 당연한 일. 게다가 처음엔 한 두 개 작은 봉투가 뒹굴었지만 어느날엔 커다란 침대 매트리스가 놓여 있었다. 참지 못하고 결국 무단투기로 신고했고, 구청에서 나와 수거해갔다. 누가 버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설날 무렵이었다. 사무실 입구에 이번엔 백화점 선물박스가 놓여 있었다. 

고기세트를 선물받았던 모양이다. 안에 물건은 쏙 빼고 박스채로 뒹굴었다.

살펴보니 택배 송장이 붙어 있어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때 누군가 골목을 지나가고 있었다. 젊은 남자였다.

사무실 청소를 마치고 사진을 확인했는데 이름과 전화번호가 분명하지 않았다. 다시 사진을 찍으러 내려 갔을 때, 송장이 찢겨진 걸 확인했다. 쓰레기는 그 자리에서 뒹굴고 송장만 떼간 것이다.

이런 염치 없는 사람 같으니!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화가 났고, 결국 택배회사 송장번호로 추적하여 전화를 걸었다.

남자였다.

왜 남의 사무실 앞에 쓰레기를 버리냐고 했더니, 거기 놔두면 재활용으로 가져가는 것 아니냔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도 아니고 안에 잡쓰레기를 함께 넣어둔 것이라 청소하시는 분들이 가져갈리 만무하다.

당장 치우라고 얘기했더니 알았단다. 두시간이 지나고 세시간이 지나도 사무실앞에 그대로 버려뒀더라. 결국 문자로 연락했다. 당장 가져가지 않으면 신고하겠다고. 퇴근하면서 보니 박스포장지만 벗겨가고 스티로폴 박스는 그대로 나뒹굴고 있었다.


2월 말의 일이다.

목요일이었다. 이번엔 어린이 학습지 봉투에 쓰레기가 담겨 버려져 있었다. 

사무실 다른 활동가가 직접 봉투에 붙어있는 연락처로 전화했다. 젊은 여자였다. 아이가 버렸나 하더니 치우라고 말하겠단다.(아이가 남의 집 사무실까지 쓰레기를 들고 와서 버린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겠다) 그러나 퇴근때까지도 쓰레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설날무렵 쓰레기를 버렸던 남자와 성씨가 동일했다. 가족일까? 그냥 추측만 할 뿐. 결국 다음날 건물 청소하시는 분이 지저분해 안되겠다며 쓰레기를 치우셨다.

토요일, 다시 학습지 봉투에 쓰레기가 담겨진 채 놔뒹굴고 있었다. 구청에 신고해야 겠다 생각하고  사진을 찍은 후 사무실로 가지고 올라왔다. 월요일, 신고했다. 구청에서 나와 쓰레기를 치웠을 뿐 아니라 봉투에 찍힌 전화번호를 가져갔고, 직접 연락해서 조치를 취하겠단다.


한동안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주 월요일 다시 사무실 앞에 쓰레기 봉투 대여섯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다시 구청에 연락했다. 지난달 신고했던 건에 대해서 어떤 조치가 취해진 것인지 문의했다. 자세한 정보가 없이는 확인 불가하다고 하여 정식으로 팩스로 신고사항에 대해 내려진 조치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화요일 오전, 구청 담당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쓰레기 무단 투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정확하지 않다. 쓰레기를 버린 이들이 부부인지 아닌지. 그러나 이 동네 골목 어디에선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같은 동네 사람이 매일같이 남의 집 사무실에 쓰레기를 갖다 버린다. 그리고 이제 주소는 도려낸 쓰레기가 놔뒹굴고 있다. 그러나 정작 버려진 건 쓰레기가 아니라 그들의 양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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