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걱정과는 달리 집주인은 대단히 따뜻하고 배려 많은 사람이다.
정말 바쁜 시기임에도(논문과 강의 준비 등) 나를 위해 집 근처 슈퍼와 유기농매장, 도서관, 아시안 마켓 등을 알려주고 심지어 함께 가 주었다. 또 지난 일요일에는 꼭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가겠다기에 베를린의 유명한 벼룩시장인 마우어 파크에 함께 가서 예쁜 화분을 사왔고,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샐려드와 깊은 맛이 우러나는 흑맥주도 마셨다.
어제는 한인마트,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안마트, 이곳에서도 저렴하다고 소문난 슈퍼인 ALDI까지 무려 3곳을 들러 쇼핑한 결과 거금 30유로를 지출했다. 덕분에 나는 한동안 먹을 각종 소스류(간장, 고추장, 된장, 식초 등)와 현미찹쌀(엄청 비싸다ㅡㅡ;;), 기타 식량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집주인은 몇 번 이나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언젠가 초대해 주겠냐며 진지하게 물어왔다. 그건 내가 요리를 하고 초대해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말.)
그리고 어젯밤 위로가 필요한 두 여인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내가 준비한 음식은 월남쌈과 신라면. 변변한 도마도, 칼도 없어서 재료를 손질하기 까다로웠지만 어쨌거나 해냈고, 색깔은 아름다웠다. 음식은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이렇게 먹는 거라는 게 내 철칙.
우리 셋은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었고, 맛있는 요리 앞에서 행복해했다.
어쩌면 일주일에 한번씩 나는 그녀들과 함께 할 저녁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할지도 모른다.
요리하는 것보다 대충 한끼를 때우는 것이 특기인 집주인과 가족과 멀리 떨어져 이곳에서 유학중인 젊은 한국인 유학생을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할 수 있을 듯. 식비가 다소 걱정이긴 하지만.. 흐흐..
둘의 먹성도 대단, 호기심은 더 왕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