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걱정과는 달리 집주인은 대단히 따뜻하고 배려 많은 사람이다.

정말 바쁜 시기임에도(논문과 강의 준비 등) 나를 위해 집 근처 슈퍼와 유기농매장, 도서관, 아시안 마켓 등을 알려주고 심지어 함께 가 주었다. 또 지난 일요일에는 꼭 가고 싶은 곳을 함께 가겠다기에 베를린의 유명한 벼룩시장인 마우어 파크에 함께 가서 예쁜 화분을 사왔고, 멋진 식당에서 맛있는 샐려드와 깊은 맛이 우러나는 흑맥주도 마셨다.


어제는 한인마트, 중국인이 운영하는 아시안마트, 이곳에서도 저렴하다고 소문난 슈퍼인 ALDI까지 무려 3곳을 들러 쇼핑한 결과 거금 30유로를 지출했다. 덕분에 나는 한동안 먹을 각종 소스류(간장, 고추장, 된장, 식초 등)와 현미찹쌀(엄청 비싸다ㅡㅡ;;), 기타 식량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집주인은 몇 번 이나 한국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 언젠가 초대해 주겠냐며 진지하게 물어왔다. 그건 내가 요리를 하고 초대해 주기를 간절히 원한다는 말.)


그리고 어젯밤 위로가 필요한 두 여인을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내가 준비한 음식은 월남쌈과 신라면. 변변한 도마도, 칼도 없어서 재료를 손질하기 까다로웠지만 어쨌거나 해냈고, 색깔은 아름다웠다. 음식은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이렇게 먹는 거라는 게 내 철칙.


우리 셋은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었고, 맛있는 요리 앞에서 행복해했다. 

어쩌면 일주일에 한번씩 나는 그녀들과 함께 할 저녁 식사를 위해 요리를 할지도 모른다.

요리하는 것보다 대충 한끼를 때우는 것이 특기인 집주인과 가족과 멀리 떨어져 이곳에서 유학중인 젊은 한국인 유학생을 위해 그 정도의 수고는 할 수 있을 듯. 식비가 다소 걱정이긴 하지만.. 흐흐..

둘의 먹성도 대단, 호기심은 더 왕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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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9-14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국에 나가서 지내려면 우리 음식 몇 가지는 할 수 있어야 되겠어요.
그곳에서 반응 좋았던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도 나중에 알려주세요. 궁금해요.^^

rosa 2013-09-15 17:36   좋아요 0 | URL
너무 맵거나 짠 음식이 아니면 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베를린에는 워낙 아시아 음식점들이 많고요, 특히 제가 사는 지역은 네팔 식당, 인도 식당, 베트남 식당, 태국 식당, 그리스 식당 등 도보로 10분 그냥 직선으로 쭉 걷기만 해도 10군데 이상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이것저것 해 먹다가 반응 좋은 메뉴는 따로 적어두겠습니다. 근데 마노아님도 외국 가시나용?^^

마노아 2013-09-15 23:08   좋아요 0 | URL
고등학교 때 가정 선생님이, 제자가 외국에 나가서 각자 자기나라 음식을 만들어 오기로 했는데, 할줄 아는 게 없어서 김밥을 말아갔대요. 그래서 무척 안타까웠다는 얘기를 하신 게 떠올라서요. 외국 여행 가면 좋겠지만, 당장엔 계획이 없어요. ㅜ.ㅜ

rosa 2013-09-18 04:26   좋아요 0 | URL
스시가 아닌 한국김밥, 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요?
집주인은 한국인과 함께 산 것도, 한국음식을 먹어본 것도 처음이지만 김치도 잘 먹고 된장찌개도 먹어보고 싶어합니다.--; 부담을 느낄 만큼 제가 요리한 음식을 좋아하고 또 다음을 기대합니다. 어쨌거나.. 제가 만드는 음식이나 사용하는 재료들도 이미 퓨전인 것 같아요. 이태리 음식에서 많이 사용하는 바질(건조해서 가루로 부셔셔 나온..)을 채소 볶음이나 김치 파스타를 만들 때도 사용하고, 베트남 고추를 총총 썰어 액젓에 띄워 먹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저야 뭐 솜씨 좋은 요리사는 아니지만 나름 제 손으로 만들어 먹는 음식들을 좋아합니다. 마노아님의 손맛이 묻은 음식은 무엇이든 특별한 향과 맛이 날 것 같습니다. ^^

잉크냄새 2013-09-1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말씀하신 1년의 휴가가 시작되는 건가요?
좋은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rosa 2013-09-15 17:37   좋아요 0 | URL
네. 제대로 된 휴가가 드디어 시작된 거죠. 빈둥거리기다가 버스 타고 시내 쭉 관광객 모드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여러 모로 재밌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