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거창한 주제라 생각하기 쉽지만 가끔은 사회적 약자가 원하는 것은 사소한 나의 동참일 때가 많다. 비정규직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김종호씨의 소박한 요청은 알라딘에서 책을 사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 책을 살 계획이 있었던 나는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책을 사지 않겠다는 소박한 다짐(?)을 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너무 사소한 얘기 같다.
알라딘에서 일시적인 성수기에 단기근무인원을 모집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김종호씨가 지적했던 것은 자신은 2년 동안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일을 시작했지만(모집공고의 내용과 면접당시의 질문 등-물론 이는 파견업체인 '인트잡'과 관련된다) 일을 시작한지 1달만에 해고되었고, 서면이 아니라 구두통보였다는 것이다.
그가 제기한 알라딘의 문제(책임)는 무엇인가?
알라딘 고객팀장의 말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규직(원청), 비정규직(원청, 하청) 노동자들이 알라딘에서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김종호씨가 제시한 내용이 맞다면, 알라딘물류센터에는 주야 포함해서 150명 정도가 일을 하고 거기에 알라딘 소속의 노동자들은 부서장, 장기근속자(계약직 포함) 등 적은 수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파견회사 소속이다.
그렇다면, 2년 계속 근무한 비정규직원에 대해서 별도의 절차를 거쳐 정규직화하고 있다는 알라딘 측의 설명은 전체 물류센터 대부분을 차지하는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소수인 알라딘 소속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된다 생각된다.
3월, 9월 성수기 뿐 아니라 비수기 대부분을 하청노동자의 노동력에 의존해 물류센터를 운영한다면, 알라딘은 자사의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분명한 사용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또 김종호씨는 위장도급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작업상 모든 지시를 100% 알라딘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참세상에 기고하면서 부르짖었던 것은, 비정규노동자들이 일회용품으로 취급받고, 끝내는 쓰레기로 폐기해 버리는 기업에 불매운동을 통해서 책임을 물어달라는 것이다.
알라딘에서 도급업체를 통한 근무자에 대해서도 급여차등을 두지 않으며, 도급 근무규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파리목숨처럼 고용과 해고가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의 얘기에 귀기울이고 그의 요구에 동참하는 것은 나의 작은 연대의 실천이다.
원청인 알라딘물류센터에서 일하다 해고된 그가 기댈 곳도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하던 고객들일 것이다.
이곳에서 책을 구매하는 사람으로서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하지 않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그의 싸움에 힘을 보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