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엘리자베스 아덴 그린티 EDT - 50ml
엘리자베스아덴
평점 :
단종
수년 전, 그린티 향수가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때 매장에서 시향해 보자 마자, 그 상큼하고 싱그런 향에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자주 이용하던 향수 사이트에 올라오자마자 50밀리 짜리를 사서 뿌렸는데 오드 뚜왈렛임에도(처음에 나왔을 땐 오드 뚜왈렛이란 말이 없고 다만 그린티 센트 스프레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오드 퍼퓸 버전이 나오면서 바뀐 것 같다) 어찌나 지속력이 약한지, 조금 과장을 보태서 대여섯번 스프레이해도 돌아서면 향이 안 날 정도였다. 오로지 톱노트만 느껴질 뿐, 미들이나 베이스의 그윽한 향은 못 맡겠던데, 그건 내 코가 예민하지 않아서일까? ^^; 너무 약한 지속력 때문에 별 하나 뺐다. 그래도 그 뿌리고 향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의 얼마 안되는 시간 동안만큼은 얼마나 기분이 상쾌하던지. 레모나 선전 속의 노란 옷입고 자전거타는 아가씨같은 기분이었다.
[그린티]라는 이름에서 연상하게 되는 녹차의 향기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레몬 냄새 + 갓 베어낸 풀냄새와 더 비슷한 향인데, '후지야마 그린' 내지는 '어린왕자' 같은 레모네이드향의 향수를 다수 섭렵하며 상큼한 향수를 찾아온 나에게는 정말 딱 맞았다. (그린티 출시 이전에 가장 좋아한 향은 랑콤의 바디 스프레이 아로마 토닉의 향이었다. 그 향은 지금도 좋아한다. 다만 100미리에 4만원도 넘는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
이 향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고, 또 주위의 다른 많은 친구들도 이 향수 한 통 정도는 다들 썼었는데, 의외로 나이대가 좀 있으신 여자분들은 별로 안 좋아하셨다. 잡지부록으로 받은 그린티 바디로션이 남아서 엄마보고 써 보시라 했더니, 향은 별로인데 버리기는 아까우니까 참고 쓰신다는 반응이... ;;; 엄마 그거 비싼 건데....
지속력이 워낙 약해서 자주 뿌렸더니 50밀리가 금새 바닥을 보인다. 줄어드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향수를 좋아하긴 해도 바닥을 본 향수는 거의 없는데... 이번에 다시 살 때는 100밀리 짜리로 해야겠다. 공병에 덜어서 갖고 다니면서 뿌리면 100밀리라고 해도 반년 쓰면 잘 쓸 것 같다. 지속력이 너무 약하다는 평이 많아서였는지 오드퍼퓸 버전도 나오긴 했지만, 사서 써 본 사람 말에 의하면 그거나 이거나 금새 날아가기는 마찬가지란다. (가격은 꽤 차이가 많이 난다.) 이 제품 뿐 아니라 레몬향 감도는 향수치고 향이 오래가는 걸 본 적이 없으니, 아무래도 이런 상큼한 계열의 향을 오래 지속시키는 건 힘든 일인가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아무리 많이 뿌려도 향이 연하게 나기 때문에 향수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을 듯. 상대방 향수 취향을 잘 모를 때 -2-30대라면- 선물용으로 고르기에도 적당한 향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