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광기 - 왕들의 광기는 역사에 무엇을 남겼는가?
비비안 그린 지음, 채은진 옮김 / 말글빛냄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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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둘 다 주제에 관해 심도있는 논의를 펼치기보다는 가십성 기사에 가까운 글이기 때문이다. [왕의 정부]가 주제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좀 더 가십에 가까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슷한 듯 하다.
  [왕의 정부]가 이 왕은 이러저러한 여자를 왕비로 맞이하였으나 이러쿵 저러쿵해서 요런 여자를 첩으로 맞아 들이는데, 뭘 사 주고 뭘 해 줬다는 이야기고, [권력과 광기]는 이 왕은 어려서 이랬고, 권력을 잡고 나서는 이랬고, 주위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고, 가족들은 이랬고, 이런 병에 걸리기도 했고, 그래서 실로 다양한 종류의 광기에 사로잡혔는데 그 때문에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그 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고초를 겪었으며 역사에 이러저러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다.  나는 원래 정사보다 야사, 논문보다 스포츠 신문 기사가 좋은 사람이라 두 책 다 꽤나 즐겁게 읽었다. 

   모든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부패한다의 자리에 미친다를 집어넣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닐 만큼 많은 권력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광기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게 된다. 하긴 정신병자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변하고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가르는 분명한 기준이 없으니만큼, 관점에 따라 모든 사람은 미쳤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수 대에 걸친 근친상간 탓에 광기의 뿌리를 이미 갖고 태어난 권력자도 있고, 처음엔 정상인, 그것도 특출난 재능의 소유자였으나 권력의 맛을 본 이후에 조금씩 미치기 시작한 경우도 있고, 정신병질을 유발하는 병에 걸린 결과 안타깝게도 성군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왕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기도 한다.
 
'절대 권력을 쥔 왕의 정신 건강은 국가의 뿌리를 흔든다'

'군주제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왕의 인격적 능력이다' 

위 명제의 수많은 예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듯 하다.

  52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임에도 지질때문인지 과히 무겁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들었고, 편집도 깔끔한 편이며, 그리 적지 않은 수의 도판이 실려 있는 것도 좋았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가십성 글과 야사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잘 들어맞는 내용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이 광기를 유발했는가 그리고 광기에 사로잡힌 왕들은 어떤 영향을 받아 정신이상의 증세를 보였는가. 그 중에서도 의심과 음모가 곳곳에 숨어있는 왕실 분위기가 통치자에게 어떻게 정신적 장애의 배경이 되었는지를 추적'한 점에서는 그런대로 만족할 만 하지만, 권력자의 광기가 그 세계의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서술은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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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23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논문보다 스포츠신문 기사가 좋다는데 마구마구 동감이에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어룸 2005-06-23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두요, 저두 동감!! ^^
재밌게 읽고 "참 잘했어요오옹~~"해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