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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의 그림에서는 촤르르~  물기머금은 도로를 지나는 차 소리가 들린다.


비오는 날1,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무겁게 내려앉은 하늘, 세상을 시간의 숫자와는 무관하게 침잠해있고 도시는 잠시 숨을 고르며 멈추어 있다.


미로, 권대하, 1997, oil on canvas


앞만 보고 달려가던 일상에서  잠시나마 관조의 눈빛으로 세상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
길게 드리워진 빛의 꼬리를 물고서 라이트를 켜고 달리는 차들과 물에 젖은 도로, 그리고 그물에 비취어진 세상이있다.


흐름 권대하 72.7cm x 50.5cm 1999


도시사람들 이라면 눈비 오는 날은 으레 교통체증을 떠올리게 되겠지만 그의 그림에서 마주한 차의 행렬은 빛의 움직임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동적인 느낌과 함께 푸근함을 전해준다.


비오는 날 권대하 72.7cm x 53cm 1999


대부분 숨어있거나 우산을 쓴 채 빛과 대조되는 먹빛으로 묘사되어있다.


퇴근길,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정작 추구하고자 하는것은 인간이지만 그는 현대사회의 심각한 인간소외를 그대로 노출시켜 표현한다. 그가 그린 빛과 물에 반사된 그림들은 오히려 사람을 더욱 드러내기 위한 도구이며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두운 밤과 비 오는 날은 절망적이지 않다.


빛의 향연1,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비가 내리는 것은 온 세상을 자연이 덮어씌우는 거죠. 자연이 들떠있던 세상을 가라앉히고 감싸주는 거예요. 그러면서 살아가는데는 보이는 현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비오는거리2 권대하 162cm x 130.3cm 1999


현실의 세계와 물에 비취어진 세계, 그가 처음 이세상을 발견한 것은 비온후 맑게 개인 어느날 마당에 나앉아 한편에 놓인 투박한 단지를 보았을 때였다.그 단지는 빗물을 입고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단지 권대하 145.5cm x 112cm 1986


하늘이 비추고, 나무가 들어있었다.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현상의 움직임뿐 아니라 그것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 순간의 충격은 지금까지도 공존하는 두 개의 세상 속에서 삶의 화두를 찾고록 하고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과 그 이면, 표면과 내면, 거울 을 보는 나와 비춰진 나, 진과 위를 구별할 수 없는 오묘한 세상살이....


여정1,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두울

그가 그림을 선택한 것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서였다.


누드드로잉97, 권대하, 1998, charcoal on paper


그림을 좋아하긴 했지만 너도나도 원하던 미술부에 들어가기는 싫었다. 그렇게 "특별함"을 원했던 그가 지금은 너무나도 평범한 우리 주위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요즘은 평범치 않은 것이 오히려 보편적이 되었기에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라는 그의 설명대로 어쩌면 그는 계속해서 특별함 속에 내재된 자신을 찾고있는 지도 모르겠다.


독립문의 노을,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군대에 있을때, 그는 까맣게 태워버린 벌판 사이로 솟아오르는 파란 싹을 보며 "봄"을 알았다. 변함없는 사계절이야 수없이 지나갔겠지만 그때 느낀 봄은 단순히 계절중의 하나가 아니었다.


봄1, 권대하, 1997, oil on canvas



넝쿨장미, 권대하, 1996, oil on canvas


그의 초기그림이 태양광선아래 화려한 삼원색의 인상화 화풍인것도 그 영향일 것이다.


활기찬 오후, 권대하, 1996, oil on canvas



한가한 날, 권대하, 1992, oil on canvas


산에 올라가 마음껏 햇빛을 쪼이며 그 기운을 받아들이던 그는 "단지"의 세상을 보면서 비에 흠뻑 젖은 거리의 야경에 눈이 뜨이기 시작했다.


야경(300호 부분), 권대하, 1998, oil on canvas


야경과 비 오는 거리에 몰두하기 시작한 무렵이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음을 회고하는 그는 아마도 그런 시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잠재 욕망으로 야경과 비를 그렸을지도 모른다. 이는 역설적으로 밤에 더욱 빛나는 빛, 비 오는 날 더 많이 늘어나는 빛으로 자신이 나아가야 할 희망의 지향점을 상징화 했다고 설명한다.


거리야경, 권대하, 1996, oil on canvas




세엣

언뜻 화가처럼 보이진 않는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묘사되는 골방 안의 괴짜화가는 아니었다.


nude croquis5, 권대하, 2000, charcoal on paper


그가 말하는 예술가는 경계를 허무는 사람이지 자기만의 세계에 갖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깊은밤,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그리고 이런 철학이 그로 하여금 계속 경계를 허물며 작품 세계를 조금씩 넓혀가게 하고 있다. 그가 초기에 그렸던 빛 또한 빛과 그림자가 존재한다. 따라서 그는 사물의 정면과 이면을 함께 인식하는
그림세계를 펼쳐나가는 것이다. 그는 도시를 좋아한다.


명동거리에서1,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지난해 한-러 현대작가 초대전으로 모스크바에 갔을때의 감동을 그는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겨울이야기-모스크바3, 권대하, 2001


순백의 도시에서 보았던 램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는 겉모습뿐 아니라 내면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묘사되어 있어 절로 눈물이 솟구치게 했다.



겨울이야기-러시아, 권대하, 2001


그래서 그는 휴식을 취하려 한다. 그에게있어 휴식은 힘든 여행을 떠나게하는 것이다.


여정, 권대하, 1999, oil on canvas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긴장감을 갖게하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겨울이야기-러시아3, 권대하, 2001


솟구쳐 올라 크게 파도치고 억세게 쏟아져 내리지는 않지만 그 자신은 점점 더 큰 세상으로 자신의 물고를 틔워가며 큰 물결을 이뤄 바다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의 이름 대하(大河)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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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4-08-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권대하가 누드도 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

panda78 2004-08-0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여우님, 내일까지 못 받으시면 제게 알려 주세요- ^^;;

파란여우 2004-08-0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죠...그러나 너무 염려 놓으세요..^^

호밀밭 2004-08-0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그림들 다 너무 예뻐요. 특히 <한가한 날> 자꾸 들여다 보게 되는 그림이에요. 야경 그림도 예쁘고, <넝쿨장미>도 근사하네요. 님, 예쁜 그림 보여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이 그림 제 서재에 가지고 갈게요.

stella.K 2004-08-06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대하 그림 참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