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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문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8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강호걸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월
평점 :
발표 순서대로만 따지면 마지막 작품이 아니지만, 씌어진 순서대로 하면 마지막이라고 한다. 정말 마지막까지 멋진 작품을 쓰셨군요, 여사님.
이 책에는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나온다. <비밀 결사> <부부탐정> <N 또는 M> <엄지손가락의 아픔>에 나오는 그 아마추어 탐정들이다. 이들이 나온 작품들 중에서 <N 또는 M>을 제일 먼저 보았는데, 그다지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첫인상이 그래서인지 여사님이 제일 이뻐라 하셨다는 터펜스를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파커 파인이나 할리 퀸 보다도 덜 좋아했으니... (물론 최고는 무슈 포와로)
그래서 해문판 빨간 아가사 전집 중에서 이 책만은 지금껏 읽지 않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서점에서 나오는 손에 이 책이 들려 있었다.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터펜스 시리즈 중에서는 이 책이 (나에게는) 가장 재미있었던 것이다. 분하기 짝이 없다.
어딘가 어설프기 그지 없던 토미와 터펜스 커플도 나이를 먹어서인지 연륜이 생긴 듯 조금 나아졌다. 결말이 약간 흐지부지하긴 해도, 도입부분의 재미로 상쇄된다. 집을 사면서 덤으로 받은 어린이 책들 중 한권(스티븐슨의 추적 - 키다리 아저씨에도 나오는 바로 그 책이다.) 을 읽던 터펜스가 여기저기 쳐진 밑줄에 호기심을 느끼고, 밑줄쳐진 글자들을 조합해 본 결과,
"메어리 조던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니었다. 범인은 우리들 중에 있다." 라는 문장이 나온 것이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했지만, 터펜스는 죽일 수 없다. 터펜스의 목숨은 과연 몇 개인지 심히 궁금하다. 여하튼 그 호기심 때문에 다시 사건에 말려 들게 된 토미와 터펜스 부부가 어찌어찌 위태롭게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중간 중간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으니 한 번 읽어도 시간버렸다는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사족 : 여사님의 작품들에 무지 자주 등장하는 여우장갑(디기탈리스)의 모습이 아주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