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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작가 - The Ghost Writ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야 워낙에 안 좋은 후문이 많아 덕분에 자신의 영화가 주목받는 효과도 있겠지만 아예 등지게 하는 역효과도 있을 듯 하다. 그런 후문을 듣기 전 봤던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2003)는 명작이었다. 아우슈비츠 작품들-<피아니스트>는 넓은 범위로나마 이 범주에 들겠다-에 대한 관심은 줄곧 가졌는데 반인간주의의 극단적 형태인 전쟁을 겪어낸 한 음악인의 삶이 꽤 절절히 내게 다가왔다. 이 영화 이후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 보다 성추행 사건으로 대중 사이에 회자된다. 개인적으로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상관 관계를 고민케 하는 시간을 주었다.
<유령 작가(The Ghost Writer)>는 재밌게 보았다. 평소 추리 소설, 추리 영화를 안 보는 터라 세간에서 이 영화를 두고 말하는 정통 추리물이니 하는 평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내겐 조지 W.부시가 대통령 하던 시절 '미국의 푸들'이라 불리던 영국의 총리가 떠 올랐을 뿐이다.
전 영국 총리인 아담 랭(피어스 브로스넌 분)은 자신의 자서전을 유령 작가(이안 맥그리거 분)에게 대필하게 한다. 전임 유령 작가의 죽음으로부터 의문을 갖게 된 주인공은 자서전과 전임 총리에 얽힌 역사와 사건들을 알게 되고 진실마저 알게된 후 죽음을 맞게 된다. 전 영국 총리가 현재 머무는 곳이 미국인 것만 봐도 영국과 미국의 밀월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나는 나름 정치적으로 영화를 이해했는데 내겐 이런 방식이 이 영화의 의미를 가져다주었다.
영국 작가인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았다는데, 미국의 푸들이 된 영국의 현실을 꼬집는 시각은 사둘만 하다. 그 현실에 전쟁과 군산복합체가 중요한 몫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아울러 사둘 부분이다. 영화가 손에 땀을 쥐도록 긴장감을 갖게 하는지는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