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 좋은 방 열린책들 세계문학 28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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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 사이드가 <문화와 제국주의(Culture And Imperialism)>에서 격한 비판을 하길래 읽게 된 에드워드 포스터였다. 그의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을 읽다 인도인을 종교만 아는 사람들로 그리는 걸 보며 동양인에게 종교를 덧씌우는 것도 일종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희는 열심히 종교나 믿으라며, 나머지 정치, 경제 등속은 우리가 책임진다는 마음이 숨어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건 키플링의 <킴(Kim)>을 보면서도 한 생각이다. 그래도 포스터는 키플링에 대하면 덜 노골적이었다.   

  포스터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고 그가 싸워 온 세상이 만만치 않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소설을 더 읽어보려 꺼내든 게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이다. 그저 가벼운 연애 소설이려니 했는데,  속 깊은 고민들도 담긴 듯 하다. 여주인공 루시와 약혼까지 갔던 세실에 대해 작가는 이리 말한다. "세실은 중세 사람이다. 고딕 조각 같았다. ...... 고딕 조각은 금욕을 상징한다."(109면) 루시와 세실이 파혼을 맞는 건 당연한 얘기겠다. 사랑의 승리는 인생에서 모험을 즐기는 조지에게 돌아간다.  

  으레히 종교에 대한 반감도 드러나는데 비브 목사와 이거 목사는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비브 목사는 루시와 세실의 파혼을 기뻐한다. 성경을 인용하는데 "결혼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자제하는 건 더 좋은 일이다"  말한다. 평소 세실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지만 결국은 남녀간의 결혼을 혐오하는 모습이다. 사실 성경의 저 구절은 바울이 한 말인데 - 바울은 실제 결혼하지 않았다 - 저 구절 뒤론 결혼 생활간 지켜야 할 일들이 따라 나온다. 결국 바울도 결혼하는 게 더 좋다는 이야길 하는 거다. 이거 목사는 더 심각한 모습인데, 조지의 어린 시절 조지의 어머니를 간접적으로 살해한다. 조지와 그의 어머니의 죄를 거들먹거리며 단죄한다. 그리고 그 잘못을 조지의 아버지에게 떠 넘긴다. 목사 둘이 막장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H.O.M.에게 헌정하는데 친구 휴 메러디스이다. 메러디스는 포스터의 대학 친구인데 두 사람은 동성애 관계인 걸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작가 생존 시절엔 발표하지 못했던 <모리스(Maurice)>에 잘 나온다고 한다. 자전이 가장 많이 담긴 <기나긴 여행(The Longest Journey)>에도 포스터는 많은 고민을 담았을 것 같은데, 아울러 읽어야겠다.  

Edward Morgan Forster(1879-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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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0-08-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문구 선생 다큐를 봤습니다. 정말 좋군요.^^
감사드립니다!!^^
이문구 선생 마지막 수필집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9 22:12   좋아요 0 | URL
이번엔 제대로 갔군요? 다행입니다^^
이문구 선생의 소설은 <관촌수필>과 <우리동네>를 보았는데요.
2000년 무렵에 동인문학상 수상 관련해 한 발언을 듣곤 실망의 마음이 생겼어요.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인물현대사'도 그렇고 다시 봐야겠네요.

미지 2010-08-19 22:30   좋아요 0 | URL
어떤 발언이었나요? 궁금하군요. 이분이 서라벌예대 김동리 선생 애제자로 문단에 나와 순수 참여 양 진영을 아우르는 통넓은 문인, 선비 기질이 있는 문인이라고 해석하는 게 인물 현대사의 관점인 듯한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0 10:33   좋아요 0 | URL
동인문학상을 수상할 무렵에 '안티조선' 운동이 있었죠. 동인문학상을 조선일보사에서 주관하는데, 심사위원들의 면면과 김동인의 친일경력까지 꽤 논란이 컸어요. 이문구 선생이 이 상을 수상하며 이런 소감을 남깁니다. "남들이 잘 알고 있듯이 과거 민주화 운동에 가담은 했어도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정권 교체 이후에 피해 정도를 정산하여 현금을 보상 받을 만한 경력은 없었다. 나는 애시당초 독립운동가의 자제가 아닐뿐 아니라 일제 때 마끼무라로 창씨개명했던 보통사람의 자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뿐더러 '진정한 의미의 친일 문인은 춘원 하나뿐'이라고 한 스승의 견해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동인문학상의 수상으로 그동안 함께 하던 이들과 척을 지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관계가 풀리지 않았는데 사후에 화해의 형식을 취했다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미지 2010-08-21 00:39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저는 바로 단언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이문구 선생이 퍽 진솔한 분인 건 분명하네요.. 당시 분위기에 그러 얘기를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 뭐랄까 자기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고 허세를 부리지는 않은 것이죠. 물론 우리는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이지만요...뻗대는 것이 아닌 진솔함은 긍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당시 맥락을 구체적으로 몰라서 조심스럽긴 합니다. 이문구 선생 역시 우리나라 원로들의 전철인 그 노망의 길을 밟기 시작했던 것인지요...? 이 다큐에서는 이문구 선생 부친이 좌파로 총살을 당한 인텔리라던데, 창씨개명을 했다니, 의아스럽기도 하고 사실이라면 착잡한 역사인 것이죠... 어쨌거나 닥나무님의 고증적 재능이 돋보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킴>은 영국과 러시아 첩보전 이야기로 보니 재미있더군요.구도의 나라 인도...그런 냄새가 진하긴 하지만,소년이 따르는 그 노인은 소설주인공으로서는 상당히 실감나게 묘사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포스터도 인도를 종교의 나라니 뭐니 그런 식으로 보았군요.티벳을 소비하는 방식도 그런 식인 것 같아요.신비한 종교 운운...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1 16:11   좋아요 0 | URL
<킴>에 이런 장면이 있어요. 킴의 스승이 러시아와 프랑스의 청년들에게 폭행을 당하는데, 킴이 분연히 나서죠. 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보아요. 그 전까진
인도와 영국 사이에서 정체성을 헷갈려하며 왔다리 갔다리 하던 킴이 영국인으로서의 제 모습을 찾는 게 아닌가 해요. 조금 삐딱하게 보면 러시아와 프랑스가 인도를 노릴 때 영국만이 인도를 지킬 수 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겠구요.
키플링은 제국주의자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는 작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6:56   좋아요 0 | URL
언급하신 그 장면을 다시 한번 정독하고 싶군요.아무래도 누군가 이야기해주면 그 내용을 기억한 상태에서 다시 책을 읽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어 좋지요.

키플링의 시 중에서 버마의 불교유적지를 묘사하면서 영국이 지배하니 좋다...그런 내용이 있었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됩니다.아마 제국주의 작가로는 첫 손에 꼽히겠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1 17:11   좋아요 0 | URL
이번에 출간된 문학동네 세계문할전집판에 이런 소개가 있네요. "작품 속 제국주의적인 요소로 인해 과도한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이 작품의 문학성을 복권 받아 20세기의 대표적인 영문학 작품으로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서구의 시각을 그대로 주워 담는 우리의 모습이겠죠. 제국주의를 호되게 겪은 우리라도 이런 소설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하는데, 저런 황당한 얘기나 하고 있으니 말이죠. 저런 소설을 세계문학전집에 집어넣는 것 자체가 문제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8-21 21:0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우리나라의 제국주의 비판은 지나치게 일제시대를 향하다 보니까 유럽제국주의에 대한 시각은 후한 편이죠.심지어 백인들은 식민지에 문명을 전해주었다는 생각도 하는 것 같아요.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래도 백인문화에 대한 동경 같은 게 강하잖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8-2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인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박완서,이청준 등도 그 당시 했던 발언으로 젊은 독자들과 언쟁이 있었죠.논쟁보다는 그냥 언쟁...

파고세운닥나무 2010-08-21 16:31   좋아요 0 | URL
두 작가를 '모신' 게 <조선일보>의 힘이겠지만, <조선일보>를 싫어하던 독자로선 반가울 리가 없었겠죠.

2010-08-23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4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