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 속으로 1 - 기도에 힘쓰더라,사도행전 1.2장 이재철 목사의 사도행전 설교집 1
이재철 지음 / 홍성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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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를 다니면서도 목사들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 대단한 이유야 있을리 없고, 나는 평신도니 같은 처지의 크리스천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나는 더 궁금하다. 내 고민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유명 목사의 집회를 찾아 나설 때도 별무심이었다. 그런 중에도 꼬박, 꼬박 찾아 읽는 게 이재철 목사의 글이다. 이상한 대한민국과 더 이상한 한국 교회에서 이상함을 이상하다 말하고, 참된 개인과 교회, 사회를 세우려는 이재철 목사의 글에 늘 자극을 받곤 했다.  

  그렇게 10년을 이재철 목사를 봐오면서 물론 내가 변했을테지만, 생각이 갈리는 부분이 많아졌다. 근래 김두식 교수의 책을 보면서 내 생각이 더욱 또렷해진 감도 있다. 이재철 목사는 여러 자리를 빌어 국가와 민족에 대한 크리스천의 의무를 말하곤 했다. 그가 말하는 애국주의가 편협한 자민족 중심주의 따위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는 국가와 민족에 제 할 일을 다한 신앙인으로 우찌무라 간조를 든다. 우찌무라 간조는 보통 진보적 기독교인으로 한국에 수입된다. 무교회주의를 주장하며, 서양식 기독교의 무조건적 수용을 반대하기도 한다. 교사 시절 천황에 대한 불경죄로 해직당하기도 한다. 특히 김교신과 함석헌이 그에게 직간접적으로 가르침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그의 명성은 한국 기독교계에선 꽤 널리 알려졌다.  

  근래 일본의 근대와 관련한 책들을 보며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우찌무라의 면모를 알게 되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정점에 서 있는 천황에 반대했으니 그에게선 제국주의를 찾아볼 수 없을까? 청일전쟁 때 '문명 대 야만론'을 가장 강력하게 펼친 이가 우찌무라이다. 물론 문명은 일본일테고, 야만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였다. 물론 이 시기의 우찌무라가 전부는 아니겠다. 러일전쟁 때는 반전론을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이미 일본의 지배를 받던 당시 조선이나 대만에 대한 식민 정책을 비판하거나 저항하지 않은 점은 고민해 볼 지점이다.  

  큰 적에 반대했대서, 작은 적을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이재철 목사가 누누히 강조하는 "진정한 크리스천은 진정한 애국주의자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근래 부담스레 다가오는 이유이다. 나는 우리나라 크리스천들이 나라를 좀 덜 사랑했으면 한다. 나부터도 그리되려 한다.  

  김선일씨의 죽음을 놓고 이재철 목사가 신앙적으로 나무라는 모습을 보고, 옳은 얘기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석연찮았다. 예수도 죽음 앞에선 "어찌 저를 버리십니까?"라며 기도했는데 말이다. 김두식 교수가 한 책에서 김선일씨를 여러 면에서 바라보고 그의 삶과 죽음을 재조명하던데 공감이 갔다. 한국 사회 비주류 청년의 삶과 죽음을 두고 나무랄 자격이 나는 없다.  

  이리 말해도 나는 이재철 목사를 좋아한다. 출판사에 물어보니 <사도행전 속으로>는 12권에서 15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라는데 시작을 했으니 함께 가보련다. '사도행전 속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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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8-12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선일씨의 죽음은 참 가슴 아픈 일 입니다.

당시에 군복무중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군대라는 조직이 참 징그러운게 나라 안에서는 2004년에 노무현이 탄핵됬을때

싸재인이어었다면 여러 생각을 많이 했을텐데 내 몸 안위 하나 급급해서 아무런

생각이 안 들었죠~

얼마전에 수능 강사가 군대가 살인을 배우는 곳이라는 발언으로 사회적 파장이

있었는데 저는 그 말에 공감을 합니다. 군대에서 만난 친구들이 참 좋고 그 녀석들

만나는게 가장 반갑고 즐겁지만, 사람과는 별개로 군대라는 시스템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3 00:24   좋아요 0 | URL
오늘 예비군훈련 가는 날인데요^^;
근래 홍준표 의원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 그래도 저 사람이 전당대회에서 군대 기피한 경쟁자를 두고 아득바득 군대 얘기를 하던데, 서민이 갖는 마지막 자존심이 군대라는 생각을 했어요. 가서 배운 건 별로 없지만, 갖은 핑계 대며 기피한 사람들 앞에선 그거라도 떳떳하니 말이죠.
홍세화 선생이 칼럼에서 군대 기피한 동창생 정운찬 교수를 비꼬던데 후련한 감이 있었어요. 밑으로 국방부도 거느리는 총리인데 말이죠. 국군 통수권자라는 대통령은 말할 필요도 없구요.
평소 존경하는 교회 장로님이 아들 병역 문제를 놓고 유학 보내 군대 안 보낼 생각이라는 말을 듣고 꽤 놀랐죠. 군대가 힘든 곳이지만 교수이고 장로인 자신의 위치는 다 팽개치고 그저 한 아들의 아버지 역할만을 하려는 모습을 보고 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식을 안 가져봐서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다이조부 2010-08-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 과 효 중에 어떤것이 우선이냐 하는 문제 같네요~

뭐 자식이 효 로 상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얼마전에 강규형 이라는 명지대 교수가 쓴 칼럼을 신문에서 봤는데

그 아저씨 왈 좌파대학 이라고 통칭되는 곳에서 교수 들이 연구년 되면

자식들 데리고 영어권 국가 간다고 비아냥 되던 게 생각나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3 15:55   좋아요 0 | URL
부모의 부나 사회적 위치가 자식에게 특권을 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에요. 거기엔 진보, 보수의 구별이 따로 없을테구요.

노이에자이트 2010-08-14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찌무라가 청일전쟁 때는 일본의 정당성을 주장하다가 러일전쟁에 이르러서는 반전평화주의의 기치를 든 것은 긍정적 발전이었다고 봅니다.그때 일본의 분위기는 러시아에 대한 공포감에 자위전쟁이라는 명분이 강했으니까요.

그가 집필한 성서주석서 번역본을 구경했는데 엄청난 방대함에 놀랐습니다.하지만 역시 그가 일본인이라는 경계를 벗어났을까...하는 의문에는 후학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기는 하지요.파고닥세운닥나무 님도 그 점에 관심이 있는 것 같구요.그가 사이고 다카모리에 대한 책을 썼는데 번역이 되어 있다면 읽고 싶어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4 14:13   좋아요 0 | URL
공자 밑에 안회 같은 제자만 있었던 건 아니죠. 우찌무라 아래서도 사상을 극단적으로 달리하는 제자들이 나왔으니까요. 근래 읽었던 아리시마 다케오는 삿포로에서 우찌무라로부터 가르침을 얻은 후 말년에 자신의 농장을 소작농에게 모두 나누어주었다고 해요. 일종의 농지 해방이죠.
하지만 우찌무라의 제자 중 대부분은 제국주의에 소극적으로나마 찬동하죠.
일전에 우찌무라의 기독교 회심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가 말하는 일본적 기독교의 단초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일본적 기독교로 서양과 대결하려 한 것이겠죠. 기독교에서 평화 사상을 찾기 보다는요.
우찌무라는 <로마서>를 깊이 연구했는데, 구원의 핵심을 말하는 이 서신서에서도 신자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의무를 찾거든요. 물론 바울도 그 이야기를 하지만 핵심은 그게 아닌 듯 한데 말이죠.

노이에자이트 2010-08-14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나는 어떻게 크리스천이 되었는가>말씀하시는군요.말씀을 듣고 보니 그 책을 읽어야겠군요.일본적 기독교론을 전개했다면요.

아리시마 다케오에게 그런 일이 있었군요.저는 아무래도 유부녀와 불륜관계 맺은 일화가 더 기억에 남아서요...홋카이도에 우찌무라의 발자취가 많기는 하지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4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말씀하신 책의 개정번역판인 <우찌무라 간조 회심기>로 보았습니다. 기독교 국가 미국에서의 유학 경험을 말하는데, 이후 우찌무라의 기독론을 엿 볼 수 있는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아리시마는 정사가 워낙 커다란 인상을 주거든요. 가쿠슈인 출신의 아리시마가 사회주의 실천가로 변모하는 데 우찌무라의 역할이 꽤 크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물론 그를 사회주의 작가라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어떤 여자>를 보며 한 생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8-14 18:23   좋아요 0 | URL
가쿠슈인 출신이라...더욱더 관심이 갑니다.아리시마 소설은 단편만 몇편 읽었는데 <어떤 여자>를 읽어야겠군요.

다이조부 2010-08-1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홍세화가 한겨레에 정운찬과 관련된 칼럼을 실었네요~

두 사람이 초딩때부터 친구였는줄은 몰랐네요.

의식과 정서 인가 하는 제목의 칼럼인데, 홍세화의 정운찬 비판이 결국은

애정에서 비롯된것 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08-15 20:46   좋아요 0 | URL
고학생 정운찬에게 가졌던 애정이 이젠 변한 듯 합니다만.
두 사람이 현재 갖는 사회적 처지가 달라지며 더 이상 애정으로만 동창생을 대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손호철 교수는 동창생 김문수의 눈이 여전히 맑다던데, 홍세화의 눈에 정운찬은 그리도 보이지 않는 듯 하구요.

다이조부 2010-08-16 0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호철이 김문수를 비판하는 칼럼을 본 기억이 나네요. 그 글도 홍세화 글과 밑바탕 정서가

비슷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1년에 한 번 하는 6.3 동지회 인가 하는 모임에 얼굴 좀 비추

라고~


saint236 2010-10-09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좋아하는 설교자입니다. 이분의 설교를 통해서 20대 초반에 참 많은 것을 배웠고, 책도 많이 선물했으니까요. 다만 언젠가부터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참으로 신실하게"와 "인간의 일생"은 몇번을 읽었는지 모릅니다.

파고세운닥나무 2010-10-09 08:44   좋아요 0 | URL
그러잖아도 어제 saint236님의 리뷰를 보고 이 글을 먼댓글로 달려고 했는데요.
저보다 오랜 시간 이재철 목사님의 글을 대하신듯 한데,저는 근래 그 분이 변하신 건지 제가 몰랐던 모습인지,아니면 제가 변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요.
종종 블로그에 들릴게요. 제 의문을 풀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