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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평점 :
지루하게 읽은 유일한 황석영의 소설이다. 작가도 대하소설을 '낡은 방식'이라 말하는데, 대하소설로 이 작품을 대했다면 그 지루함이 오죽했으랴? 소설의 지루함을 확 깼던 게 책의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이었다. 황석영은 몽자(夢子)류 소설의 예로 <홍루몽(紅樓夢)>을 들며 '현실세계가 어째서 변해야 하는가를 드러내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여기의 삶이 꿈처럼 덧없다고 덧붙이며, 하여 소설의 제목을 '강남몽(江南夢)'이라 지었다 말한다.
작가는 최근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에서도 조설근의 <홍루몽>을 추천하는 책으로 꼽았다. 중문학계에선 <홍루몽>만을 연구하는 '홍학(紅學)'이 따로 있을 정도로 <홍루몽>은 중국인의 사랑을 받는 소설이다. 대중적 인지도만을 놓고 보면 우리의 <춘향전> 정도가 비교될 듯 하다. 황석영은 <홍루몽>을 말하며 변혁을 얘기하지만, 글쎄 난 아니라고 본다. 변혁보단 허무에 방점을 찍어야할 듯 한데 말이다. 작가 조설근의 삶을 비추어봐도 몰락한 현실을 인정하긴 싫지만 현실을 바꾸기 보단 과거로 돌아가려는 생각이 강하다. 중국인의 감성도 소설에 녹아있는 허무에 대한 편애가 더 강한 듯 하고 말이다.
황석영이 변혁을 얘기하지만 근래 그의 언행을 보며 난 허무를 느끼곤 한다. ‘광주사태 같은 것은 유럽에서도 있었던 것’이라 말할 때도 좌우의 문제보단 허무를 느꼈다. 'MB정부는 중도실용이다'는 말도 그렇고 말이다. <강남몽>에선 변혁의 기운을 느낄 수 없었는데 작가가 변혁을 얘기하길래 뚱딴지 같아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