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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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쟈 이현우도 언뜻 얘기한 적이 있지만 '감각의 독서가'라는 정혜윤식의 글 읽기가 나도 마뜩치 않다. 작가나 인물들에 푹 빠져 써 내는 거리감 제로의 서평은 그런 빠짐이 잘 되지 않는 나 같은 독자를 지치고 소외되게 한다. 조동일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빠지면서 읽는 것보단 따지면서' 읽는 걸 좋아한다. 이 책의 곳곳에 책과 저자에 대한 날카로운 따짐이 숨어 있어 반가웠다.  

  내가 저자에게 한 가지 따지고 싶은 건 조지 오웰에 관해서다. 스페인 내전 참전을 앞두고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오웰과 헨리 밀러를 두고 저자는 오웰의 식민지 경험이 한 이유가 되었을 거라고 말한다. 비약인 듯 한데, 스페인 내전이 제국과 식민지간의 전쟁이 아닐 뿐더러 오웰의 식민지 경험을 저자는 너무 비싸게 사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근래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The Road To Wigan Pier)>을 보며 오웰의 버마를 비롯한 동양에 대한 이해가 피상적이라는 생각을 가졌다. 물론 에드워드 사이드의 오웰에 대한 비판에 큰 빚을 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오웰의 <버마 시절(Burmese Days)>을 읽게 되면 좀 더 분명한 생각을 가질 것도 같다.  

  서경식의 <디아스포라 기행>을 논한 서평에서 저자는 고통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서경식의 관심이 좀 부족하다는 얘기를 꺼낸다. 서경식의 애독자로서 몇 마디를 하자면 서경식 부부는 팔레스타인 아이 하나를 양자로 받아들여 양육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니 양육비와 교육비를 보내주는 형태일텐데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서경식이 디아스포라로서 가장 자주 언급하는 이가 이 책에 등장하는 유대인 작가 프리모 레비이다. 그와 더불어 자주 언급하는 사람이 팔레스타인 출신의 디아스포라 에드워드 사이드이다. 내겐 균형감이 있어 보이는데 저자는 어떨지 모르겠다.  

  이 책은 저자가 마련한 이벤트를 통해 얻게 되었다. 저자의 깐깐한 시선과 글쓰기를 만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파란여우님, 많이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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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3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4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