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믿음은 길 위에 있다 - 박형규 회고록, 제25회 만해문학상 수상작
박형규 지음, 신홍범 정리 / 창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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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민주화운동에 있어 종교계의 역할을 잊어선 안 된다. 기독교로만 시각을 좁혀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기독교의 본래 의미-catholic의 본래 뜻-인 '보편과 종합'의 의미를 받들어 차이에 연연치 않고 민주화운동에 힘을 쏟았다.  

  가톨릭에선 김승훈과 문정현 신부를 빼놓을 수 없다. 두 분의 삶은 한국방송에서 제작한 '인물현대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신과 사람 사이의 중간자로서의 사제가 갖는 역할을 두 분은 온 몸을 던져 해내고 있다. 김승훈 신부는 작고하셨고, 문정현 신부는 여전히 젊은이처럼 활동하시는데 근래 병원에 자주 계신다는 얘기를 듣곤 마음이 아팠다. 정연주 사장 시절에 제작한 '인물현대사'인데 두 분의 일대기를 기록으로 남겨놓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한 듯 하다. 지금의 한국방송에선 꿈도 못 꿀 일이지만 말이다.  

  개신교에선 김재준, 문익환,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박형규 목사를 꼽을 수 있다. 앞의 두 분은 '인물현대사'에서 다루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기독장로회에 속한 분들이다. 이 책에서도 잠시 이야기하지만 숫자로만 보면 가장 많은 예수교장로회에 속한 많은 목사들이 학살자의 민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의 기도를 했더랜다. 무엇을 위로하고, 무엇을 축복했을지 부끄러울 따름이다. 

  저자를 비롯해 관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이 분들을 보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아모스서 5장 24절)를 되새기게 된다. 이분들은 모두 이 말씀처럼 살아간 분들이다. 이 말씀처럼 살아가려 노력했다면 적어도 학살자의 민머리에 손을 얹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얹었더라도 '회개하라' 소리쳤을 것이다.

 

                 박형규 목사(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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