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지음 / 녹색평론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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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표제작인 <간디의 물레>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학생들이 이 글의 진의를 얼마나 알지는 모르겠지만 간디도 그렇거니와 김종철도 급진적인 사람이다. 이 글의 폭발력을 알고 교과서의 편집자들이 실었을까? 알 수 없다. 근래 '삼성불매운동'을 접하며 간디의 위대함을 생각하곤 한다. 간디가 저녁마다 물레를 돌린 건 영국제국주의에 대한 전투이자 자본주의에 대한 전쟁 선포이다. 그가 걸친 옷 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영혼을 좀먹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한 피나는 결투였다. 간디의 투쟁이 우리의 급진적 지식인 김종철을 움직였을 것이다.

  김종철은 한 사립대 교수를 스스로 그만두었는데, 이유가 흥미롭다. 나이를 먹어가며 학생들과 소통이 되질 않는다고 한다. 홀로 물레를 돌렸던 간디처럼 그도 외로웠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건대 또 한 이유는 절박함 때문이리라. 실천의 발목을 잡는 아카데미의 사유를 견디기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생태주의 운동이란 게 오죽 바쁜 일이겠나? 이 정부 들어 할 일은 더욱 많아졌을테고.  

 가라타니 고진이 '근대문학의 종언'을 말하며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했는데, 그 예로 자신이 아는 한국 비평가의 대부분이 문학에서 손을 뗐다고 얘기했다. 최원식에 따르면 이 말은 과장인데 자신이 아는 한 김종철을 제외하곤 그런 사람이 없다고 한다. 꽤 널리 회자된 얘기인데 당사자인 김종철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별무관심인 듯 하다. 근대문학이 끝났다면 '새로운 문학은 뭘까?'라고만 그저 묻는다. 생태문학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이다. 가라타니 고진이 사상적 거장으로 수입되는 한국에선 김종철의 쿨한 반응은 사둘만하다. 나는 가라타니를 그저 푸코의 후예로만 보는데, 김종철의 "그럼, 대안이 뭔데?"라는 질문은 꽤 통쾌한 반응이다.  

 

 

                김종철(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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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6-12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종철 선생이 이야기한, 경제성장이 무조건 좋은가? 하는 문제제기가 생각나네요.

이 분의 글을 읽으면, 칼럼을 봐도 곱씹어 생각할 여지를 주더군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13 11:16   좋아요 0 | URL
동감합니다.
사람들이 애써 마주치지 않으려는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죠. 그 질문이 아프게 다가오지만 옳은 이야기이죠.
그래도 이론과 실천에 투철한 이만한 지식인을 가진 건 꽤 값지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