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향로 대산세계문학총서 45
장아이링 지음, 김순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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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사실 중국현대문학사에서 장아이링(張愛玲)은 그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가다. 동아시아 3국이 별 다르지 않겠지만 중국 역시 여성 문인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빙신(氷心)과 더불어 장아이링은 중국현대여성문학의 기반을 닦은 사람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인생과 문학은 꽤 다른 모습이다. 빙신이 신중국 성립 이후 이드거니 작품 활동을 하며 체제내에 순응했다면 장아이링은 신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미국으로 망명한다. 빙신은 중국에서 공인받는 문학사의 주편으로도 활동하는 등 일종의 관방문학가로 활동하는데 장아이링의 후반생은 망명가로서의 삶이었다.  

  여성의 실존을 그려내는 데는 장아이링이 더 뛰어나지 싶다. 빙신이 대모로서의 풍채를 지니고 인민을 보듬듯 작품을 썼다면 장아이링은 줄곧 여성의 괴로운 현실을 작품에 담았다. 빙신의 초창기 소설 가운데 <최후의 안식(最後的安息)>(1920)이라는 단편이 있다. 그는 이 소설에서 여성의 교육에 대해 말한다. 소설의 한 인물(훼이구의 아버지)이 말하는 바다. “내 생각엔 말야, 시골사람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췌이얼-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과 같이 죄 없이 학대받는 불쌍한 여자도 생기는 거야. 훼이구-교육을 받은 여성-가 앞으로는 반드시 어떤 방법으로든 그런 사람들을 도울거라고 생각해.” 소설은 이렇듯 희망적 전언을 담고 있지만 실제 배움이 봉건의 성을 무너뜨렸는지는 의문이다.  반면 장아이링은 여성으로서 처절하게 괴로운 삶을 살아간다. 그 괴롬과 비관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에는 장아이링의 상하이, 홍콩 시절이 잘 녹아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색, 계(色戒)>는 미국으로 건너간 후의 작품인데 본토에서의 소설과 또 다른 모습이라 생각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을 분석하며 '댄디즘'을 말하는데 장아이링의 소설도 읽어가며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저분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지만 '도도함'과 '고고함'을 잃지 않으려는 분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에는 당대 동아시아의 메트로폴리탄 시티였던 상하이와 홍콩의 흥미로운 풍광들이 많은데 이 걸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이다. 스위스의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광고판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데 보며 꽤 놀랐다.

 风华正茂。冰心摄于1923年。  

                     張愛玲(1920-1995)                                         氷心(1900-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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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5-15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추가로 업데이트 됬네요~ ㅎㅎ

파고세운닥나무 2010-05-15 10:17   좋아요 0 | URL
한국 사이트엔 빙신의 사진이 제대로 된 게 없어 할 수 없이 중문판 빙신 홈페이지에서 사진을 가져왔네요. 빙신도 좋은 작가인데 작품들이 활발히 번역되었으면 좋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