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애 선집 한국문학의 재발견 작고문인선집
이중기 엮음 / 현대문학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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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백신애(白信愛)의 <꺼래이>(1934) 와 <적빈>은 당대 민중의 가난한 삶을 그리고 있다. <꺼래이>가 혁명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은 기억해 둘만 하다. <赤貧>은 말 그대로 지독한 가난을 말한다. 매촌(梅村)댁은 억척어멈의 한 전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매촌댁의 삶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이다. 아들이 둘이나 제 구실을 하는 이가 없다. 첫째는 술독에 빠져있으며, 둘째는 노름에 빠져있다. 제 구실을 하는 이는 매촌댁과 두 며느리이다. 사내가 제 구실을 못 하니, 힘겨운 것은 여자들 뿐이다. 여자들이 하는 제 구실은 우선 경제 활동이다. 매촌댁은 품팔이 등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한다. 둘째 며느리는 옷감을 짠다. 소설에서 강조하는 여자들의 구실은 또한 생산 활동이다. 두 며느리는 모두 임신을 했다. 큰며느리인 벙어리는 아들을 낳는다. 여자들은 이처럼 제대로 사는데 남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아무 일도 하지 못한다는 게 소설의 전언(傳言)이다.

  매촌댁은 무능한 아들을 원망하나 아들을 움직일만한 힘을 지니진 못하다. 이 것은 어쩌면 삼종지도(三從之道)의 굴레에 그녀가 얽매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능하나 두 아들을 섬기는 모습은 내게 이러한 방식으로 이해되었다. 두 아내 역시 삼종지도의 그늘을 벗어날 순 없다. 대책 없는 삶을 이어가는 두 남편을 아내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부양만 할 뿐이다. 아이의 탄생을 희망으로 이해하긴 힘들 것 같다. 이 상황이 나아진다는 기대를 걸기엔 지금 우리가 보는 이 가정은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인물사진 

    백신애(1908-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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