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7
윤흥길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이 외할머니의 불길한 꿈 얘기로 시작된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것은 결말의 구렁이 사건과도 맞물리며 소설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분위기만이 아니다. 문제되는 사건의 해결도 상징적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은 다음에서 서술할 화자 문제와 맞물려 작품 전체의 문제의식을 살필 수 있는 꽤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

  소설은 회상의 차원에서 진행된다. “무엇 때문에 내가 망설이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받아서 좋을 것인가, 아니면 절대로 받아서는 안 될 것인가를 결정짓지 못해서였을까. 혹은 그런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그 나이의 시골애답게 모르는 사람에 대한 낯가림 때문에 그랬을까.” 화자는 분명 소년이나 이 소년을 바라보는 한 시선이 있다. 바로 어른이 된 소년이다. 소년은 당시의 사건을 즉물적으로 관찰하고 이해하나, 어른인 화자는 차분히 사건들을 정리한다. 독자는 이 두 시선 속에서 여러 사건을 대하게 된다.

  문제는 어른이 된 화자이다. 그가 소설 내내 사건들에 별다른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건 그가 소년 시절의 즉물적이며 감각적인 상징의 세계를 옹호한다는 말일 것이다. 성장한 지금에 와서도 6.25에 대한 그의 생각은 그 때 당시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무서웠으며, 알 수 없었다. 그가 여적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두렵기 때문이다. 화자 자신이 비켜 설 공간이란 없다.

  6.25란 전쟁이자 아이들 말로 하면 편가르기일텐데 소설의 화자는 그 어느 편도 먹지 않고 있다. 이것이 독자로 하여금 신뢰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화해로 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환상성 혹은 상징성은 독자의 신뢰를 저버리게 할 수도 있다. 이것은 그만큼 역사적 사건이 무섭다는 말이기도 할 것일테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