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1-15권) / 시오노 나나미 / 한길사 / 1995-2007
  

  팍스 코리아나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길라잡이> / 한길사 / 1999년 / 314-316면 수록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긴 노력의 과정이 필요한 어떤 일에 직면했을 때, 경구처럼 사용하는 이 말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로마하면 떠오르는 것들 중 나는 우선 천년제국이 떠오른다. 도대체 로마는 어떤 나라이기에 1천 년 동안이나 지중해 세계의 패자가 되어 융성의 세월을 누렸는지 그것이 궁금하였다. 강한 군사력, 아니면 경제력? 누구나 그 나라의 융성을 논할 때는 군사력 아니면 경제력 등의 외적 요인에서 그 이유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는 그러한 외적 요인에서 로마 융성의 원인을 찾고 있지 않다. 바로 개방성이라는 내적 요인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작가의 이러한 의견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개방성이 무엇이기에 로마 융성의 원인을 그 한마디로 단정 짓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차츰 책을 읽어가면서 로마인들이 개방적인 사고를 통해 자신과는 다른 타문화의 이질적인 요소들을 받아들여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나도 작가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되면서 얻었던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개방성과 결단성의 중요성이다. 우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작가는 로마 융성의 가장 중요한 원인을 개방성과 관용성에 두고 있다.

  타문화의 이질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발전함으로써 오히려 타문화를 가진 사람들까지 동화시키는 그들의 개방성에 로마 융성의 원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 개방성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바로 ‘로마의 시민권’이라고 생각한다. 어제의 적장도 내일이면 로마의 시민권을 얻어 아군의 장군으로 기용하고 타국의 노예도 로마에 들어오기만 하면 시민권을 얻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로마의 시민권은 그들의 개방적 성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카이사르가 “내가 석방한 사람들이 다시 나한테 칼을 들이댄다 해도 그런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고 싶지 않소”라 하며 남의 인권을 존중해준 행동과 항복한 마르세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들지 않고 독립국으로서 존속하는 것을 허용해 준 행동에서는 로마인들의 관용성을 느낄 수 있었다.  

  로마인들의 이러한 성향을 보며 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요즘 왕따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너는 우리가 아냐”하며 자신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이면 따돌리는 배타적 성향 때문에 왕따 문제도 일어나는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서 로마인들의 개방성과 관용성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마인들처럼 좀더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태도로 어떤 일에 임한다면 왕따 문제 같은 배타적 성향에서 야기되는 문제도 자연히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 사회문제에 앞서 나 자신도 많이 변화된 것 같다.

   다음으로 이 책은 지도자가 가져야 할 결단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다. 브루투스, 스키피오, 옥타비아누스 등 이 책에는 로마를 이끈 수많은 지도자가 있다. 이들은 모두 정치 체제 등의 개혁을 통해 로마 융성의 시대를 이끈다. 요즘 우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말 중 하나가 개혁일 것이다. 정치 개혁, 경제 개혁, 교육 개혁 등 일련의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이러한 시점에서 로마 지도자들의 개혁과 지금의 개혁을 비교해보았다. 어느 책에서 개혁은 위로부터의 변혁이라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지도층으로부터의 변혁이라는 점에서는 양자가 같지만 로마의 개혁과 지금의 개혁 사이에는 뭔가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지도자의 결단성의 차이이다. 한 가지 실례로 카이사르는 원래 귀족 출신이지만 귀족들이 대부분을 이루는 원로원에 반기를 든다. 그리고 국법을 어기면서까지 그 원로원이 부패했다고 생각하여 쇄신을 위해 루비콘강을 건넌다.

  그에 반하여 우리 현실에서의 개혁은 어떠한가? 목표만 거창할 뿐이지 개혁이 진행되다보면 학연, 지연, 등 사적 이익에 얽매여 처음의 개혁 목표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만다. 카이사를 보라! 자신과 같은 신분인 귀족들의 이익보다는 로마 시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루비콘강을 건너는 그의 행동에서 나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결단성의 중요성을 느꼈다. 나 자신부터도 이제는 어떤 일에 임했을 때 좀 더 결단성을 갖고 행동해야겠다. 
  

  그리스인보다 못한 지력, 켈트인이나 게르만족보다 못한 체력,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한 기술력, 카르타고인보다 못한 경제력으로도 로마인들은 천년제국을 이루었다. 바로 개방성과 관용성, 그리고 지도자의 결단성으로 그들의 단점을 보완해 나갔던 것이다. 우리가 로마인들에 비하여 모자란 게 무엇인가? 우리도 로마인들처럼 자신의 단점을 선각하고 그 단점을 보완해갈 자신만의 장점을 깨달아 활용한다면 우리도 21세기에는 로마 못지 않은 번영을 누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21세기는 분명 팍스 코리아나의 세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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