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거두절미하고 이 책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이렇다.
"정말 재밌다!"
미스터리 소설을 즐겨 읽는 나는 가급적 줄거리를 언급하지 않고 리뷰를 쓰려고 노력한다. '반전이 있다', '결말부분에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정도의 언급만으로도 독자로서는 상당히 김이 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잡설을 구구절절 늘어놓게 되는데, 내용을 제외하고 책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늘어놓을 말이 그리 많을 리가 없다. 그래서 결국 책을 읽고도 리뷰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쪽으로 튀어!>는 미스터리 소설도 아니고, 작품 외에 내가 딱히 알고 있는 정보나 이야깃 거리도 없으니 더더욱 리뷰를 쓸만한 건덕지가 없는 셈이다. 소설에 대한 문학적인 평가나 서술 구조, 내러티브에 대한 심도깊은 감상을 읊을만한 교양이 내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쭙잖은 리뷰를 쓴다. 순전히 이 소설의 '재미'때문이다.
주제 의식이나 소재로만 보았을 때 이 소설은 일종의 '후일담 문학'으로 분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일담 문학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어디선가 한국 문학은 '빈곤 리얼리즘'에 빠져있다라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단순히 웃어 넘길만큼 엉뚱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심각하면 심각하고 무거우면 무겁다고도 할 수 있는 비슷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그려내는 상상력과 이데올로기와 인간의 의지에 대한 작가의 낙관적인 자세가 돋보인다.
일본의 소설들이 최근 국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담없음'과 '가벼움', 그리고 그 속에서도 무뎌지지 않는 작품의 주제의식 때문이 아닐런지.
폭염이 전국을 뒤덮었던 지난 8월 초 여름 휴가기간에 읽었던 이 소설은 열대야에 지친 내게 웃음과 눈물, 단비같은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게 해 주었다. 올 여름 내가 읽은 최고의 소설이라고 주저없이 이야기 하련다.
정말 재밌다. 그리고 감동과 웃음은 특별 부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