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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모델 - 화가의 붓끝에서 영원을 얻은 모델 이야기 명화 속 이야기 5
이주헌 지음 / 예담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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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선, 이주헌의 글솜씨, 아니, 주제를 엮어내는 솜씨에 찬탄한다! 서양미술감상에 대해 숱한 글을 읽고 그림을 보아왔지만 대개는 '역사상' 비중있는, 유명한, 의미있는 그림들이었다. 아니면 글쓴이의 개인적 취향에 의해 골라진 그림들이거나. 이 책 속에 보이는 그림들은 물론 아주 유명한 것들도 있지만 그야말로 '모델' 중심으로 골라진 것들이다. 게다가 그 모델들의 실물 사진이 곁들여진 경우도 있고 화가들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 신선함의 첫번째 요인이었다.

이주헌이 선정한 화가와 모델이 특히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대개 영혼의 교감이 뛰어나 대개는 일반의, 일상의, 평범의 잣대로 쉽게 평가할 수 없는 뜨거운 사랑을 꽃피우거나 평생으로 죽음으로 이어지는 끈근한 인간관계로 남거나 했다. 영혼을,특히 예술적 영혼을 읽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돌 속에 숨겨진 유기체의 생명과 형상을 찾아내는 일처럼 내 안에 숨겨진 예술적 생명을 알아채줄 사람을 만나는 일이 아무에게나 내려지는 축복은 아니리라....사랑도 그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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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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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이 책으로 인해 연암의 진면목을 정확히 알게 되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떤 인간이나 필부라 할지라도 그 한 사람의 참 모습은 어떤 단면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연암처럼 조명해볼 가치가 있는 사람일수록 어떤 것이 그의 참모습인지에 대해서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으리라.

호쾌하고 유머감각이 넘치고 열정적이고, 그 안에 사회에 대한 불만과 인생의 허무를 감추고도 그러하게 살 수 있었던 매력적인 인간 박지원, 문인 박지원, 노마드 박지원. 이것이 이 책을 읽은 후 정리되는 박지원의 모습이다. 사실은 고미숙에 의해 '부각된' 박지원의 모습이다. 어떤 인간이라도 자기 자신의 참 모습을 평생 알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 자기가 보는 자신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모습이 일치하지도 않는 게 사실이라면 박지원이 21세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지 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는 과연 이 책 속에 기술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할지, 인정할지...

열하일기를 완역해서 읽을 기회를 만날 사람이 얼마나 되랴. 나처럼 국문학을 전공하고도 단편이나 몇 개 읽거나 번역본 몇 편 정도 본 사람이 연암을 안다 말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그에게는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문학적 인간으로서의, 정서적 인간으로서의,또 무슨무슨적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있을 터이고 그 모든 것이 세상사람들, 후대사람들에게 다 제대로 평가받지는 않았을 터이다. 어쩌면 자신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별로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 역시 달빛 아래 물을 구할 길 없기에 낮에 살짝 남겨둔 술을 모두 부어 먹을 갈아 글 쓰는 연암의 그림자에 매혹되었다. 양면을 지닌 인간들의 매력, 혹은 매혹. 한껏 낭만적이고 한껏 유쾌, 열정적인 그에게 내면의 우울과 치밀한 이성이 공존했다는 것, 한 시대의 우뚝한 지성이었으면서 고적한 인간의 냄새를 팍팍 풍겼던 사람이었다는 것, 그의 흔적을 그토록 쉽고도 재미난 문체로 읽을 수 있었다는 것, 읽는 동안 재미있었다. 너무 빨리, 쉽게, 재밌게 읽어서 고전에 대한 '아카데믹한' 글을 읽었다는 실감이 별로 안난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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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7:04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야만의 시대를 그린 화가, 고야
박홍규 지음 / 소나무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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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물론, 당연히, 고야를 좋아하니까 이 책을 선택했다.단편적인 나의 지식은 '벗은 마하'와 '5월 3일'의 작가인 그 고야를 마치 다른 두 사람인 양 착각하고 있었던 점도 있었지만 치열한 정신의 화가로서 언젠가 이 사람에 대해 제대로 읽어보리라 결심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에는 지은이에 대한 어떠한 사전지식 따위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물론 우리집에는 같은 필자의 '오노레 도미에'가 있지만 말이다. 책 속의 많은 도판이 군데군데서 한두 장씩이나 겨우 보곤 했던 고야의 그림에 대한 갈증을 장맛비처럼 흠뻑 해소해 줄 것 같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의 유명한 몇몇 그림들도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에스키스 풍의 (사실은 에칭) '로스 카프리초프'나 '검은 그림' 등도 풍부하게 볼 수 있다.

글 서두에는 고야가 없다. 한참을 걸쳐 스페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박홍규씨는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조금 엄격한 사람일 것 같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평하는 스페인은 결코 아름다운 환상으로 대할 나라는 아닌 듯 하다. 나는 가우디를 읽으면서 언젠가 스페인에 가 보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어딘가 매력은 있으되 아름답고 건강하기만 한 나라는 아니라는 인상을 갖게 하는 서두였다. 가우디나 피카소의 환상이 가능한 나라, 벨라스케스나 고야의 깊은 내면의 아픔이 배어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주워모았던 고야의 퍼즐들을 모아 정리할 수 있었다. 필자와 더불어 마음에 새길 수밖에 없는 화가로서의 고야의 자리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글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 단점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도 있는 그것은 바로 필자의 강고한 필치이다. 필자에게서는 냉소와 반사회성과 진보의 냄새가 뒤섞여 난다. 이 책만으로 그를 딱히 '무슨 주의자'라 정의내리기는 어렵다. 문화를 사랑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의 예술이 아니라 고뇌와 아픔을 깊이있게 담아내는 예술적 성취에 대해서 어렵사리 점수를 주는 그는 어쩌면 아니키스트인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확신을 지닌 어떤 주의자라기보다 그가 밟고 사는 이땅에 대한 환멸을 양분 삼아 자신의 예술에 대한 심미안은 키운 사람인듯도 싶다. 그의 독설적인 필치가 읽기 거북하다. 스페인과 한국을 넘나들며 세상 대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 듯한 그의 독설이 오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만인가 강고함인가. 그에 대한 판단은 쉽게 내리기 어렵지만 법을 전공하고 예술과 문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룬 그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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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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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수많은 미술평론, 미학 에세이를 쌓아놓고 즐겨 읽는 편이지만 돌이켜보면 이 책이야말로 나의 첫번째 미술교양서적이었지 싶다. 3500원짜리 창비교양문고 20번.
무슨 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미술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흠뻑 충전시켰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것을 읽을 무렵인 80년대, 아마도 나의 대학시절, 지은이의 형인 서승, 서준식 씨들이 간간히 신문에 나던 때였다. 분단의 희생양인 그들, 그 형들을 지켜보아야 했던 동생이 선택한 것은 엉뚱하게도 미술관 순례였다.

글 서두에 부모를 잃고 낙심해 있는 누나와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올까 했던 계기가 적혀있다. 부모를 잃고 형들의 고통을 바라보면서 유럽여행을? 투쟁이 능사인 시대에 그의 행보가 낯설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비교거리를 가지지 못했던 당시에는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만 숱한 '유럽미술관'과 '서양미술'에 대한 에세이가 난무하는 요즘의 온갖 책들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이 글이 눈물로 쓴 글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 눈에 들어오는 그림은 아무래도 남다를 터이다.

어떤 그림을 선택하는가, 어떤 음악을 골라 듣는가, 어떤 시를... 그것이 어찌 그 사람의 삶을 빗겨 랴. 서경식씨가 눈여겨 본 그림들은 한결같이 아프다. 의혹이 있다. 미지의 것을 찾아가고, 고통스럽고, 어떤 벗어나기 힘든 운명의 힘에 매여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려 몸부림친다. 끊임없이 형들을 떠올리는 이 '서양미술 순례'도중 그는 고야의 '모래에 묻히는 개'라는 그림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물론 이 개는 고야 자신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이 개는 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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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학교
이윤기 지음, 북디자인 정병규, 정재규 그림 / 민음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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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가 소설도 쓰는 줄은 몰랐었다. 그저 그의 <장미의 이름>을 읽고 번역도 이정도면 예술이 되는구나, 하고 감탄했을 뿐이다. 어디선가 이윤기의 단편소설이 실린 것을 보고, 그래, 그 정도의 감각과 글솜씨를 지니고는 단지 남의 글을 갈아엎는 것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그가 소설을 쓰는 것이 너무 당연하다 싶었다. 이윤기의 소설에 대해서는 내 취향과 얽힌 평가를 할 마음은 없다. 다만, 그의 소설보다 이 책 속의 수필들이 더 마음에 남았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수필이 좋은 건 대개는 소설 못지 않은 삶의 '스토리'들이 담겨있고 - 소설의 그 뼁끼칠, 자기를 감추려 몸부림치는 위선 혹은 위악, 가장된 겸손의 그것이 없다 - 헷갈리지 않게 글쓴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통으로든 반면으로든 뭔가를 깨닫게 하곤 한다는 것이다. 이윤기의 수필도 이윤기 냄새가 난다. 어떻게 살았을지 짐작케 하는데, 아마도 성공한 글쟁이의 향기가 어느 정도 배인, 나름대로 탐탁한 인간관계와 자기만의 멋으로 삶을 영위해 가는 그런 사람일 것 같다.

배우 김명곤에 대한 글에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가지 특징이 있더라. 자기 하는 일에 깨어 있더라는 것이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이 있다'라고 그가 했다는 말이 인용된다. 이 말을 그 후 숱하게, 특히 아이들에게 써먹었다. 김명곤이 얼마나 성공한 사람인지 그 평가는 접어두고라도 열심히 산 사람이기에 그 말이 더 실하게 들릴 뿐 아니라 그걸 이윤기가 옮겼기에 더욱 공감된다. 나는 교사라는 직업도 전문적 직업이라 생각한다. 아무나 우연히 시작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됨을 온몸으로 깨닫는다. 그래서 나 역시 내 안으로 저금하고 공부하며 살려 몸부림친다.

또한 이 책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자의 분위기가 솔솔 풍긴다. 물론 난 노자를 잘 알아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윤기가 얼마나 노자에 통달했는지를 평가할 주제는 못된다. 그러나 가령 이런 것, 그의 글 중 흥이 당기면 담배를 피워도 그만, 평소에 안 피워도 집착이 없는 지인 이야기가 나온다. 술이나 담배나 책이나 사람이나, 사랑하되 집착하지 않는 경지를 알고 살기란 쉽지 않다.

나에게 담배는 나를 얽어매는 그 무엇도 되지 않아 즐길 수도 버릴 수도 있겠지만 가령 술이나 책이나 사람은 그렇지 못해 그 강한 집착에 스스로 얼마나 상처받는가... 노자를 읽어서 술의 집착을 벗을 수 있는 것은 아닌 줄 알지만 그래도 이런 글들로 위안을 삼아본다. 어딘가 담배를 즐기되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 있다더라, 내게도 그런 경지가 어느 순간 다가오겠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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